<일상 순례자>(웅진 펴냄)
김기석 목사 ‘일상 순례자’ 펴내
성직자들 가운데는 산속에서 유유자적하며 수도나 할 법한 인물이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도시의 세속 삶에 힘들어하며 버티는 이들이 있다.
반대로 세속에서 다이내믹하게 살아가야 할 이들이 시골이나 산속에 머물면서 심심해 몸을 비트는 쪽도 있다. 그러나 도시에 머물면서도 산속의 고요를 머금고, 산속에 있으면서 세속 인간들의 아픔을 함께하는 이들을 찾아보는 것은 쉽지 않다.
서울 청파감리교회 김기석 목사를 만나는 이들은 그 안에서 산과 도시의 조화를 읽는다. 한때 권투를 했다는데도 그의 부드러움은 물 같다. 매서운 비평가인 정용섭 목사가 <설교비평>에서 ‘꽉찬설교’를 하는 몇 안 되는 목사 중의 한 명으로 언급했지만, 그는 일방적인 전달자로 머물지 않고, 강대 아래로 내려와 신자들에게 다양한 인문서적을 읽는 토론자가 되기를 권하는 목사다. 그렇게 물 같으면서도 세상의 바윗돌에 부딪혀 깨진 계란 같은 ‘반동들’을 품어안아주는 결기가 있다. 그 김 목사다움이 물씬 배어난 <일상 순례자>(웅진 펴냄)가 출간됐다.
종작없이 떠도는 의식으로 괴로웠던 20대부터 지천명에 이른 지 오래인 지금도 삶은 여전히 막막하고 아득하기만 하다는 그의 순례에선 ‘문풍지처럼 떨고 있는 참 좋으신 하나님’도 만날 수 있고, ‘성스러운 반역자들’까지 마주하게 된다.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것은 이국적인 풍경을 만나기 위해서라기보다 일상을 벗어난 자리에서 자기를 돌아보기 위함인지도 모르겠다”는 그의 글을 순례하다 보면, 일상 속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그래도 끝내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는 마리아 릴케의 말을 빌려 결정타를 먹인다.
“너의 일상이 초라해 보인다고 탓하지 마라. 풍요를 불러낼 만한 힘이 없는 너 자신을 탓하라.”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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