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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이승만, 미군정 이어 개신교를 국가차원서 우대”

등록 2011-07-20 20:32

서울대 종교학과 대학원 강사인 이재헌 박사
서울대 종교학과 대학원 강사인 이재헌 박사
이재헌 박사, 조계종 토론회서 ‘친기독교정책’ 연구발표
친일재산 처리·방송 등 특혜
형무소·군·경찰 선교도 독점케
기독교 인구 비약 성장 ‘토대’
불교계 갈등은 정치적 이용
한쪽선 “사찰에 토지 돌려줘”
<한국방송>(KBS)이 다음달 15일 방송하기로 한 ‘이승만 특집’ 다큐멘터리가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소장 법안 스님)가 ‘불교와 대통령 이승만’을 주제로 종책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청사에서다. 박희승 불교사회연구소 사무국장의 사회로 열린 토론회에서 서울대 종교학과 대학원 강사인 이재헌(사진) 박사는 발제에서 이승만의 ‘일방적인 친기독교정책’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여기서 ‘기독교’란 가톨릭을 제외한 개신교를 말하고 있다. 이날 토론 참석자들은 대부분 이 박사의 발제가 이승만의 종교 편향의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증거 자료들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했다.

1948년 7월24일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취임식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1948년 7월24일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취임식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이승만(1875~1965)은 애초 유학가문에서 자랐고, 그의 모친은 독실한 불자였으나 1895년 배재학당에 입학해 서재필과 미국 선교사들을 만나 기독교로 개종해 기독교 교육 및 선교활동에 종사하면서 한국을 완전한 예수교 나라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했다는 것이 발제자의 주장이다. 이승만은 대통령 재임 때에도 서울 정동 감리교회에 출석했으며 1956년 명예장로로 추대됐다고 한다.

발제자는 이승만이 불교의 사찰령이나 포교규칙 철폐에 대한 불교 쪽의 요구는 묵살한 대신, ‘일본 종교단체의 재산’ 즉, 적산(敵産) 처리과정에서 기독교에 특혜를 주고, 1945년 크리스마스를 국경일로 지정한 점 등을 종교 편향 보기로 꼽았다. 기독교계의 요구를 수용해 형목제도를 만들어 형무소 교화사업을 기독교가 전담하도록 하고, 1947년 서울중앙방송을 통해 선교방송을 하게 한 점 역시 마찬가지다.

국기우상화 반대운동을 펼쳐 국기배례를 ‘주목례’로 바꾸고, 군종제도를 실시해 군선교를 하도록 하고 또 경찰선교를 시행하고, 기독교청년회(YMCA) 등 기독교단체에 막대한 후원을 하고, 1954년 기독교방송국을, 1956년 극동방송을 설립하게 한 것 등도 기독교 우대정책 사례로 들었다. 이에 따라 군의 경우 1950년 군종 창설 당시 5%에 불과했던 군내 기독교인 비율은 1956년 15%까지 상승했다는 것이다. 불교의 군승제도는 1968년에 시행됐다.

발제자는 “기독교계는 한국의 정치 자체를 장악해 기독교화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전국적인 선거운동조직을 만들어 이승만의 대통령 재추대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선거운동을 했다”고 밝혔다. 발제자는 “미군정과 제1공화국의 기독교 우대정책으로 인해 해방 직후 남한 전체 인구의 2~3%에 불과했던 기독교 인구가 1960년엔 7.5%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기독교가 1960~70년대 산업사회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지만, 그 기반이 미군정과 제1공화국 시기에 다져졌다는 게 발제자의 분석이다.

발제자는 “(이승만 정권이) 1950년대 비구(독신승)-대처(부인이 있는 승려)의 분쟁에 깊숙이 개입해 비구 쪽의 강력한 정치적 후원자가 되어 불교계 갈등을 자극하고 확대했으며, 김창숙이 이끄는 유도회의 분쟁을 사주하고, 천도교와 대종교 등 민족종교에 대한 감시와 통제로 교세를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발제자는 “이승만이 8차례나 ‘정화 유시’를 통해 비구 쪽을 지원한 대가로 불자들은 경무대 앞에서 북진통일 시위를 벌이고, 1956년엔 비구 대표들이 경무대를 찾아 대통령 선거 재출마를 호소하고, 3·15부정선거에도 조계종단이 체계적으로 동원되었다”며 “무엇보다도 불교계가 내부 종권다툼에서 국가권력에 의지하거나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자신들의 목적을 쟁취하려고 한 점이 이승만으로 하여금 이용하기 좋은 빌미를 제공했다”고 불교계에 일침을 가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뉴데일리> 이승만연구소의 이주영(건국대 명예교수) 공동대표는 “이승만은 ‘천상, 천하의 질서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도 내 모친의 종교는 바꿀 수 없다’며 모친의 종교인 불교를 아껴 대통령이 되어서도 종종 절을 찾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승만이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나라를 이끌어가려 한 것은 사실이지만, 1950년 농지개혁법에 의해 사찰들이 소유한 농지를 잃게 되었을 때 이미 농민들에게 분배된 사찰의 농지를 초법적 조치를 통해 다시 환수해 사찰로 돌려주게 하면서까지 불교계를 도왔다”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연구실장은 “불교 정화의 명분이었던 왜색불교 퇴치라는 명분은 이승만이 기독교계의 친일 인사들을 중용한 것을 보자면, 이는 정치적 명분일 뿐이었다”며 “불교계가 독자적인 전망으로 정권의 개입을 막아야 했으나 그러지 못한 것은 불교계의 미숙함이자 큰 과오였다”고 지적했다. 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김종인 교수는 “불교계의 정치적 의식 빈곤으로 인해 한국 불교는 항상 정권에 유린당하면서도 도리어 충성을 다하는 기이한 촌극을 연출해왔다”며 “불교가 사회적 식물인간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개신교인들은 불교에 대해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들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데, 2000년대 이후 불교인들이 사회적 자각을 이루자 비이성적 공격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성경 토대로 나라 건설” “제헌국회 연 것 하나님께 감사”…

이승만 발언록 등 공개

‘서울 봉헌’의 원조는 이승만 전 대통령인가.

‘불교와 대통령 이승만’ 토론회 발제자인 이재헌 박사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기독교 국가로 만들려 했다면서, 그의 발언록과 행동을 제시했다.

이승만은 해방 뒤 귀국해 1945년 11월 한 연설에서 “지금 우리나라를 새로이 건설하는 데 있어서 튼튼한 반석 위에다 세우려는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이 예물로 주신 이 성경말씀을 토대로 해서 세우려는 것입니다. 부디 여러분께서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반석 삼아 의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매진합시다”라고 했다. 이어 1946년 3·1절 기념식에서는 “한민족이 하나님의 인도하에 영원한 자유독립의 위대한 민족으로서 정의와 평화와 협조의 복을 누리도록 합시다”라고 했다.

이승만은 1948년 5월27일 국회의원 예비회의에서 임시의장으로 선출됐는데, ‘하나님과 순국선열과 3천만 동포 앞에 삼가 선서함’이란 문구의 선서문을 채택했다. 이어 4일 뒤 제헌국회 개원식에선 “대한민국 독립 민주국회 제1차 회의를 열게 된 것을 하나님께 감사해야 할 것”이라며 당시 제헌국회의원이자 감리교 서부연회장인 이윤영 목사를 단상에 불러내 기도를 부탁했다. 대한민국 첫 국회가 목사의 기도로 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이승만은 그해 7월24일 대통령 취임식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되새기며, “오늘 대통령 선서 하는 이 자리에서 하나님과 동포 앞에서 나의 직책을 다하기로 한층 더 결심하며 맹세합니다”라고 밝혔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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