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여명 중 절반이 참여…“재단의 파행운영 비통”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장로와 신자들이 교회와 관련된 재단의 요직을 맡고 있는 조용기 원로목사 가족의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서명취지문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성도들은 (재)사랑과행복나눔에 헌금 500억원을 출연한 사실상 설립자로서, 최근 재단의 파행운영을 비통하게 생각한다”며 조 목사의 가족과 이들을 따르는 인사들에게 재단 이사장, 임원 등 모든 직책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조 목사는 사랑과행복나눔 재단의 이사장직 사퇴 의사를 철회하고 교회가 추천하는 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당초 교회의 재단 설립목적에 따라 공정하게 재단을 운영해야 한다”며 “현재 재단의 이사장과 임원으로 등재된 자들은 재단의 운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재단명의의 예금을 인출하거나 재산을 사용, 처분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장로들은 지난 24일 주일 2부 예배 직전 서명운동을 벌여 시무장로 800여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수가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들로 구성된 최고 의결기구인 당회는 지난 4월 조 목사 가족들의 교회 내 역할을 제한하는 결정을 내린 뒤 (재)사랑과행복나눔 회장과 이사였던 김성혜(조 목사 부인)씨와 대표사무국장이던 조희준(조 목사 장남)씨 모자도 이 결정에 따라 사직서를 냈다. 하지만 지난 5월17일 조·김씨의 사표가 이사장이던 조 목사에 의해 반려된 것으로 전해지고, 조·김씨 쪽은 자신들이 내세운 김창대 이사를 대표이사로 등기하면서 조·김씨 쪽 이사회와 현 교회 쪽 이사회가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서명을 주도한 한 장로는 “(재)사랑과행복나눔 출연금은 교회 성도들이 조 목사의 은퇴 후 사역을 위해 백원씩, 천원씩 모은 것인데, 김성혜 사모와 조희준씨 모자가 이를 차지하려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조 목사가 이를 도와주거나 방조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기에 서명운동에 돌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로는 “(재)사랑과행복나눔 갈등은 이미 법정으로 가 있어 이사진이 원상대로 되돌려지지 않으면 조 목사가 법정에 서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하는 것이고, 원상대로 회복되면 서명운동을 취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목사의 비서실장인 이원군 장로는 “조 목사님은 서명운동에 대해 알고 있지만, 일체 아무 말씀이 없었다”고 전했다. 조 목사 부부는 25일부터 27일까지 일정으로 제주도에서 지교회 목사들과 만남을 갖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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