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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음양의 원리 알면, 보약 찾을 필요 없다”

등록 2011-08-10 20:07수정 2011-08-15 11:18

인문기학연구소 최상용 소장이 동양 사상의 핵심인 음양을 설명하던 중 차를 마시고 있다.
인문기학연구소 최상용 소장이 동양 사상의 핵심인 음양을 설명하던 중 차를 마시고 있다.
‘브레인 한자’ 펴낸 최상용 소장
송나라 인물 진단의 내단사상 공부
“먹는 것은 소식·마음은 여유가 보약”
도교 수련법 연구하며 한자도 통달
상형문자속 동양사상 책으로 소개
“상식적인 음양의 원리만 알아도 세상 살기가 한결 편할 텐데…”

인문기학연구소 최상용(51) 소장은 만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차를 건네주며 음양의 원리를 설명해준다. 차를 줄 때도 무작정 주는 것이 아니다. 열이 많은 체질엔 녹차를 우려내 주고, 몸이 차가운 음 체질엔 보이차를 대접한다. 같은 차, 같은 술을 마셔도 어떤 사람에겐 약이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겐 독이 되는 것은 다 음양 체질이 다르기 때문이란다.

최근 한자 속에 담긴 동양의 사상과 문화, 풍습을 소개한 <브레인 한자>(동아일보사 펴냄)를 낸 최 소장을 10일 서울 양재동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그가 상형문자인 한자를 그림으로 풀어낸 이야기는 동아시아의 시공을 넘나드는 무궁무진한 문화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어미 ‘모’(母)는 두 손을 마주하고서 다소곳이 앉은 여(女)자에 유방의 젖꼭지 두개를 찍어놓았다고 한다. 모자에 비녀를 꽂으면 ‘결혼한 여자’를 의미하는 ‘매’(每), 너무 멋을 부려 비녀를 세개나 꽂은 채 뭇 사내들을 농락하면 독 ‘독’(毒)자가 된다고 설명한다. 또 큰아들을 뜻하는 맏 ‘맹’(孟)자가 왜 그릇 ‘명’(皿) 위에 아들 ‘자’(子)가 있는지를 들으면 한여름 더위가 싹 가신다. 약탈혼이 성했던 고대엔 약탈해온 아내가 낳은 맞아들은 누구의 아들인지 알 수 없기에 죽여서 왕에게 바치거나 제사를 지냈다는 것이다.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신께 제사물로 바치려 한 성서 속의 이야기가 동아시아에도 보편적인 풍습으로 존재했다는 것이다.

<브레인 한자>(동아일보사 펴냄)
<브레인 한자>(동아일보사 펴냄)
그의 한자 실력은 도교 수련법 공부에서 비롯됐다. 잡지사 편집장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그는 1995년 취재 중 재야의 음양오행 사상가를 만나면서 코페르니쿠스적 삶의 전환을 꾀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동양의 재야의학과 사상을 섭렵하던 그는 학문적 체계를 세우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원광대 대학원에서 기(氣)를 공부하기 시작한다. 그가 박사학위 논문 주제로 선택한 것은 9세기 송나라 때 유불도와 주역, 관상, 명리학까지 통달해 동아시아 도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진단의 내단사상’이었다. 진단은 야사가 아닌 정사인 <송사>(송나라 역사서)에 ‘무당산에 은거해 118살까지 살며 수공법(睡攻法: 수개월씩 잠을 자면서 하는 수련)을 해 황제가 존경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신선이 된다며 온갖 약물을 먹어 중독사하는 폐해가 적지 않던 수련 풍토에서 먹는 외단(外丹)이 아니라 마음공부인 내단(內丹) 수련 체계를 세워 주자의 신유학과 불교의 진공묘유론을 가능하게 한 위대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국내엔 진단에 대한 글이 전무한 실정이어서 교수들은 하나같이 그의 선택에 난색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는 그랬기에 진단을 선택했고, 그날부터 역사서를 비롯한 한자책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살핀 한자책이 무려 3천여권. 그러다 보니 그는 한자의 전문가가 됐고, 중국어 학원 한번 다니지 않았음에도 중국인들의 말을 저절로 알아들을 수 있게 됐다.

최 소장은 “중국은 한자의 약자인 간자체를 써 한자의 해독 능력을 상실했고, 일본도 한자를 지나치게 간소화했기에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한자문화권의 사상을 제대로 계승해 이해하고 종합할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고 말한다.

단식을 밥먹듯이 하고, 저녁은 막걸리 몇잔으로 때우면서도 온종일 한자뿐인 두꺼운 책 속에 파묻혀서 10여년을 지내고도 건강하기만 한 그는 “음양의 원리를 알면, 보약이나 귀하다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어리석은 짓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인류가 밥상에 올린 것은 예로부터 약성이나 독성이 강하지 않아 누구나 먹어도 무리가 없는 담백한 것들인 반면, 일상적으로 먹지 않는 독특한 음식은 약의 성질도 될 수 있지만 독성도 강하다는 것이다. 체질에 맞지 않을 경우 독이 될 수 있기에 안 먹음만 못한 경우가 더 많다는 이야기였다.

최 소장은 “텔레비전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 약재를 20가지, 30가지 넣거나 온갖 양념을 한 음식이 더 대단한 것처럼 소개하는데, 너무 많은 것을 섞으면 서로 중화시켜 결국 맹탕이 되어버리므로, 약재와 양념을 최소화해 주재료의 본래 성질을 잘 살리는 것이 최고”라고 했다. 그는 “음식을 먹을 때도 몸에 열이 많거나 양 기운이 부족한 사람은 쌀밥이나 닭고기, 토마토, 당근 같은 양기 있는 음식을 보충해주고, 반면 냉기가 많고 음 기운이 부족한 사람은 밀가루나 보리밥, 돼지고기, 배와 같은 음기가 있는 음식으로 보완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단이 아니라 마음인 내단의 전공자답게 “‘먹는 것’으로 보자면 맛이 강하지 않은 담백한 음식과 소식(小食)만큼 좋은 것이 없고, ‘마음’으로 보자면 여유를 가지는 것만큼 좋은 약이 없다”며 껄껄 웃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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