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순(세례명 미카엘라·왼쪽)씨
한재순씨, 작년 옹기장학회 등에 전하고 지난달 선종
평생을 아껴 모은 재산을 옹기장학회에 기부하고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기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가톨릭 서울대교구는 11일 한재순(세례명 미카엘라·왼쪽)씨가 지난해 12월10일 서울 명동성당 서울대교구장실로 정진석 추기경을 찾아와 1억원짜리 수표 9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씨는 이 자리에서 “저는 죄인입니다. 이 세상에 나와서 잘한 일이 없습니다. 좋은 데 써주세요”라고 쓴 쪽지를 내밀며 옹기장학회에 기부 의사를 밝혔다. 옹기장학회는 고 김수환 추기경이 설립한 장학재단이다. 이어 12월15일 한 수도원에도 1억원을 기부한 뒤 한 할머니 통장에는 280만원이 남아 있었다.
남편과 함께 채소와 쌀 장사를 하며 다섯 남매를 키운 할머니는 빠듯한 살림으로 한겨울에 난방도 하지 않고 지냈으며 해진 내의와 양말은 기워 입을 정도로 절약이 몸에 베어 있었다.
추기경 방문 때 동행했던 둘째딸 홍기명(55)씨는 “추기경에게 전재산을 기부하고 돌아오는 차 안 에서 어머니가 노래를 부르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한씨는 남편 홍융희(당시 82·오른쪽)씨가 세상을 떠난 이틀 뒤인 지난달 28일 선종했다. 한씨의 기부 사실은 30일 부부 공동 장례미사에서 정 추기경의 추도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한씨의 기부액수는 가족들조차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추기경은 추도사에서 “그 돈은 자매님과 형제님이 평생 근검절약하며 모은 재산이었다”면서 “저는 그것이 단순히 재물이 아니라 부부 평생의 삶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