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이 23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 앞 템플스테이기념관에서 ‘21세기 아쇼카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조계종, 21C 아쇼카선언 초안 발표
조계종이 종단의 명운을 걸고 결성한 ‘자성과 쇄신 결사본부’의 화쟁위원회가 23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 앞 템플스테이기념관에서 ‘내 종교의 관점으로 이웃 종교를 판단하지 않고, 이웃 종교의 가르침도 소중하게 여기겠다’는 내용의 ‘21세기 아쇼카선언’ 초안을 발표했다.
아쇼카왕은 기원전 2~3세기에 인도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룬 인물이다. 형제 100명과 신하 500여명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뒤 통일을 이루기 위한 마지막 전쟁에서 죽인 수십만명의 피가 강물을 이루어 흐르는 것을 보고 참회해 불교에 귀의했다. 이후 동물병원까지 만들 정도로 인간과 모든 생명을 위한 사회복지 정책을 제도로 정착시키고, 불교 이외 타종교의 신앙도 비방하지 않고 존중하도록 했다고 전해진다.
전 서울대 강사인 명법 스님과 박경준(동국대)·성태용(건국대)·조성택(고려대) 교수 등이 15차례 회의를 통해 마련한 초안은 “불교는 ‘나만의 진리’를 고집하지 않고 이웃 종교에도 진리가 있음을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종교 편향’과 관련해 대립각을 세워온 기독교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존중하고 가르침을 경청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선언에 대해 도법 스님은 “불교가 이웃 종교의 성물이나 상징을 때려부수는 것과 같은 행위는 거의 하지 않았지만, 이웃 종교에 대해 무지하고, 내 종교적 관념으로만 이웃 종교를 폄하하고 재단하는 마음이 적지 않았다”며 “다문화 다종교 사회에서 이웃 종교에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은 불교적으로도 큰 수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쇼카선언은 ‘공적 영역의 종교 활동’과 관련해 “자신의 믿음을 전파하기 위해 공적 지위나 권력을 사용해서는 안 되며, 공적 장소가 신앙 전파의 무대가 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비극이기에 공정성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종교 갈등 상황에서 상대방 종교의 가르침이나 지도자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헌법파괴 종교차별 범불교도대회 3돌’을 맞아 ‘종교평화와 현주소’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오는 27일 오후 2시 총무원 2층 국제회의장에서 연다.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와 해인사 승가대학장 법진 스님, 조성택 고려대 교수 등이 토론한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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