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호(73) 서울대 명예교수
<잠깐 쉬었다가>펴낸 목사들의 멘토 손봉호 교수
자선재단 이사장 등 활동하며 올해 한기총 해체운동 이끌어
배고파 저지른 잘못 관대해야 빈국 장애인 돕기 헌신하고파
자선재단 이사장 등 활동하며 올해 한기총 해체운동 이끌어
배고파 저지른 잘못 관대해야 빈국 장애인 돕기 헌신하고파
손봉호(73·사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공명’이나 ‘도덕’, ‘정직’, ‘중도’ 등의 가치가 필요한 단체에서 추대할 ‘대표’로 가장 선호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최근 그만둔 <한국방송> 시청자자문위원장 같은 흘러간 직함 말고도 현직 ‘이사장’ 직함만 9개다. 하지만 그는 ‘얼굴마담’으로 만족할 인물이 아니다. 신자들의 열광적 신심을 등에 업고 부도덕한 행위조차 정당화한 목사들을 정신차리게 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시작한 것도, 1990년대 ‘공명선거운동’으로 선거의식의 혁명을 가져온 것도 그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올해 들어서는 대표회장 선거를 놓고 금권선거로 물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해체 운동을 이끌었다.
결코 쉴 틈이라곤 없어 보이는 그가 이번에 <잠깐 쉬었다가>(홍성사 펴냄)란 책을 냈다. ‘따뜻한 남자 손봉호 교수의 훈훈한 잔소리’란 부제가 붙었다. 이 책을 열면 첫 페이지에 손 교수의 딸이 친구로부터 들었다는 ‘그런 아빠하고 어떻게 같이 사니?’라는 문구가 퍼뜩 눈에 띈다. 그게 딸의 친구만의 생각일까. 그래서 그와는 영 안 어울릴 듯싶은 부제에 딴지를 걸기 위해 책을 한 장 두 장 넘기다 보면 ‘도덕 교과서’ 인 줄만 알았던 그가 실은 얼마나 ‘웃기기도 하는 남자’인지 알게 된다.
‘의외로 따뜻하면서도 웃기는 이 남자’를 23일 만났다. 역시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 자선재단의 사무실이었다. 70을 훨씬 넘었지만 흰머리만 아니라면 50~60대로 보일 만큼 젊다. ‘왜 그렇게 젊으냐’는 첫 질문에 ‘별로 스트레스를 안 받아서’란다. 황당한 일이다. 그토록 ‘도덕’과 ‘윤리’를 강조해서 세상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킨 그가 정작 자신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과 권력, 명예를 탐하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런 것에 관심이 없으면 스트레스 받을 일이 별로 없어요.”
온갖 재단과 단체가 그를 ‘돈 안 되는’ 이사장직에 앉히려고 몰려드는 것도 돈, 권력, 명예를 애초에 갖기 어려운 인물이 아니라 충분히 가질 수 있는데도, 그런 것들로부터 ‘해방’된 인물을 우리 사회에선 찾기 어렵다는 방증이 아닐까.
일제 때 신사 참배를 거부한 고신교단의 교회에 경주중학교 2학년 때부터 다닌 뒤 경주고에 2등으로 합격하고도 ‘주일’을 지키려 주일날 신체검사를 받지 않아 불합격될 뻔하고, 교련 때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고, 서울대 시험 때도 ‘주일날’ 소집에 불응해 수험표를 받지 않아 시험도 못 볼 뻔하고, 군대에서 유류창고 보초를 서면서 당시 졸병으로선 저지하기 어려운 ‘기름의 부정 반출’을 절대 불허할 만큼 그는 완고한 고집쟁이였다. 그렇다고 그의 ‘완고함’만을 본다면 그를 다 본 것이 아니다. 그는 좌도 우도 아닌 ‘좌충우돌’이라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자유롭다. 네덜란드에서 8년을 보낸 그가 공부한 대학 이름도 ‘자유대학’이다. 그래서 물었다. “네덜란드의 성매매 허용을 어떻게 보느냐”고.
“네덜란드 정부도 성매매를 금지할 경우 통제에서 벗어난 성매매 여성들이 몰래 주택가까지 침입할 수 있었기에 고민이 많았지요. 구역을 정해놓고, 매주 검진을 받아 에이즈 등의 확산을 막은 건 당시로선 합리적 결정이었죠.”
교회를 4개나 세운 장로이자 고 옥한흠 사랑의교회 목사와 이동원 지구촌교회 은퇴목사,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목사, 고 하용조 온누리교회 목사 등 ‘복음주의권 4인방’의 멘토였지만 그는 (영)문학과 신학뿐 아니라 철학을 한 학자답게 모든 도그마를 비판하며 토론하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앞으로 못사는 나라의 장애인들을 돕는 일에 헌신하고 싶다는 그가 요즘 가장 관심을 쏟는 것은 ‘약자’다. ‘배고파서 저지른 잘못’에 대해선 관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손 교수는 장애인자선단체인 세계밀알연합회를 만들었고, 나눔국민운동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가 윤리니 도덕을 들이대는 대상도 ‘많이 갖고 있으면서 더 가지려고 비리를 저지르는 강자들’이다. “못사는 사람들은 유혹이 별로 없지요. 하지만 힘있는 사람들에겐 유혹이 많지요. 강자들은 조금만 정직하지 않아도 얻을 이익이 크지요. 그들은 ‘조금만 부정직’해져도, 큰 이익을 얻지만, 그로 인해 사회의 약자들이 결국 큰 해를 입지요. 지도층과 강자들에게 윤리와 도덕이 절실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지요.” 그와 ‘잠깐 쉬었다가’ 일어서보니, 함께 있었던 이는 ‘도덕 선생’이 아니라 ‘따뜻한 남자’였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전문 휴심정(well.hani.co.kr)
<잠깐 쉬었다가>(홍성사 펴냄)
교회를 4개나 세운 장로이자 고 옥한흠 사랑의교회 목사와 이동원 지구촌교회 은퇴목사,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목사, 고 하용조 온누리교회 목사 등 ‘복음주의권 4인방’의 멘토였지만 그는 (영)문학과 신학뿐 아니라 철학을 한 학자답게 모든 도그마를 비판하며 토론하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앞으로 못사는 나라의 장애인들을 돕는 일에 헌신하고 싶다는 그가 요즘 가장 관심을 쏟는 것은 ‘약자’다. ‘배고파서 저지른 잘못’에 대해선 관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손 교수는 장애인자선단체인 세계밀알연합회를 만들었고, 나눔국민운동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가 윤리니 도덕을 들이대는 대상도 ‘많이 갖고 있으면서 더 가지려고 비리를 저지르는 강자들’이다. “못사는 사람들은 유혹이 별로 없지요. 하지만 힘있는 사람들에겐 유혹이 많지요. 강자들은 조금만 정직하지 않아도 얻을 이익이 크지요. 그들은 ‘조금만 부정직’해져도, 큰 이익을 얻지만, 그로 인해 사회의 약자들이 결국 큰 해를 입지요. 지도층과 강자들에게 윤리와 도덕이 절실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지요.” 그와 ‘잠깐 쉬었다가’ 일어서보니, 함께 있었던 이는 ‘도덕 선생’이 아니라 ‘따뜻한 남자’였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전문 휴심정(we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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