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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산승 18인에게 ‘깨달음’을 묻다

등록 2011-09-02 20:59

 산승불회
산승불회
산승불회

하루는 독일인 목사가 운허 스님을 방문했다. 목사가 스님에게 “예수 믿으세요”라고 말하니, 스님은 미소를 지으며 “네 그러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의아했던 제자 밀운 스님이 ‘왜 그렇게 답했느냐’고 묻자 운허 스님은 “저 목사는 예수밖에 모르지 않느냐. 당신 생각을 알겠다는 뜻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근현대 최고의 학승인 운허 스님에 대한 일화다.

한 종단의 최고 고승에게 자기 종교를 믿으라는 ‘결례’에 같은 류의 무례로 대응하지 않고 산승다운 도풍을 보여준 일화는 <산승불회>의 밀운 스님 인터뷰에 나와 있다. <산승불회>는 불광출판사 유철주 출판팀장이 조계종 총무원에 근무하면서부터 인터뷰한 한국의 대표 선지식 18인에게 듣는 ‘인생과 깨달음 이야기’다. 문경 봉암사 조실로 숨어 정진만 해왔던 적명 스님과 함양 황대선원 조실인 성수 스님, 봉화 금봉암의 고우 스님 등 생존한 고승들이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듯 자상하게 산승의 세계를 내보여주었다.

‘산승불회’(山僧不會)란 책명도 “깨달음을 얻었느냐”는 지은이의 질문에 대한 도문 스님의 대답에서 땄다. 법륜 스님의 은사이기도 한 도문 스님은 그 질문에 ‘산승불회’, 즉 ‘산승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선가에선 ‘단지불회’(但知不會·단지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 뿐)나 ‘오직 모를 뿐’이란 문답으로 알음알이를 싹둑 베어낸다.

도를 향해 걷지만 18인 18색이다. 설정 스님은 경허-만공 등 근대 최고의 선맥을 잇는 덕숭총림의 방장이지만 “부처님 경지에 오르기 전에는 누구나 행자”라며 겸허함으로 또다른 선풍을 내보인다. /불광출판사·1만6000원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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