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학생이 잇달아 자살한 카이스트 캠퍼스에 마련된 분향소에 조문하는 학생들. <한겨레> 자료사진
기윤실 ‘가이드북’ 마련
영적문제 아닌 정신보건 문제
교리적 이유로 정죄하기보다
기도·묵상 등으로 위안 줘야
장례예식·기도문 등도 만들어
영적문제 아닌 정신보건 문제
교리적 이유로 정죄하기보다
기도·묵상 등으로 위안 줘야
장례예식·기도문 등도 만들어
지난 5일은 ‘자살 예방의 날’이었다. 때맞춰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주도로 개신교계 차원의 ‘한국교회를 위한 자살 예방 가이드북’이 나왔다.
지난 2009년 한해만 우리나라에서 1만541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만명당 자살사망자는 28.4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하루 평균 42.2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자살 사망자는 10년 새 5배 늘었다. 10대부터 30대까지는 자살로 사망한 수가 교통사고와 암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청년 자살이 심각한 수준이다.
자살이 이토록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지만, 일부 교회에선 “자살하면 지옥에 떨어진다”며 비난하거나 장례마저 거부해 가족의 자살로 고통 속에 있는 유족들이 위로받기는커녕 고통이 배가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자살자 유족들이 상처를 안고 교회를 떠나는 일도 적지않았다. 이 때문에 교인인 유족들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할 수 있는 교회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자성이 잇따랐다. 이번에 나온 지침은 그 결과물이다.
기윤실은 자살과 관련한 수차례의 세미나를 거쳐 목회사회학연구소, 수원시자살예방센터, 연세대 의료원 원목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한국기독교사회복지협의회, 한국실천신학회와 공동으로 ‘자살에 관한 설교지침’을 마련했다.
이 지침은 ‘자살이 이루어지는 것은 사회적, 심리적, 환경적, 개인적 요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믿음이 없어서 자살했다거나 교회가 잘못해서 그렇다고 단정적으로 말하지 말고, 유가족을 배려하라’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자살 예방을 위해선 우울증을 영적 문제가 아닌 정신보건의 문제로 소개하고 치료를 권하고, 자살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족들의 아픔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 있음을 알려줄 것도 권했다.
가이드북엔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11가지 징후 △자살 경고 신호 8가지 △청소년 자살의 위험 징후 6가지 △타인이 자살 충동을 느낄 때 지켜야 할 6가지 수칙 등과 함께 ‘자살 예방, 자살 유족을 도우려는 기관들’에 대한 소개도 포함됐다.
‘자살자를 위한 장례 예식’ 항목에선, 자살자와 유가족을 교리적 이유로 정죄하기보다는 기도와 설교, 묵상, 찬양 등을 해 유족들이 위로받도록 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장례기도문도 마련했다. “죽어도 산다고 하는 부활의 믿음을 주셔서, 절망할 수밖에 없는 환경 중에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게 하시고 담대한 생활, 산 자의 삶을 감당하게 하옵소서. 서로의 아픔을 모르고 기도하지 못했던 우리의 죄를 회개합니다.”
기윤실 이사장 이동원 목사는 “그동안 우리는 자살자를 정죄하기에 바빴지 그들을 자살의 함정에서 구해내지도, 예방하지도 못했다”며 “더 늦기 전에 한국교회가 자살 예방의 적극적인 가이드가 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기윤실 이사장 이동원 목사는 “그동안 우리는 자살자를 정죄하기에 바빴지 그들을 자살의 함정에서 구해내지도, 예방하지도 못했다”며 “더 늦기 전에 한국교회가 자살 예방의 적극적인 가이드가 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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