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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기독교 배경’ 미국인들도 불교 참선 거부감 “NO”

등록 2011-10-05 20:48

개신교회 건물을 그대로 교당으로 사용중인 원불교 필라델피아교당.(오른쪽 사진) 이곳에서 원불교 교무들과 미국인들이 지난 4일 새벽 함께 참선하고 있다.
개신교회 건물을 그대로 교당으로 사용중인 원불교 필라델피아교당.(오른쪽 사진) 이곳에서 원불교 교무들과 미국인들이 지난 4일 새벽 함께 참선하고 있다.
미국의 동양명상수행 현장을 가다 ①
참선 배우려 학교에 강사 초청 등 배타성 없어
원불교, 뉴욕센터 개원…조계종, 교구청 추진
한국학 연구 학생들 지원 등 본격 국외 포교
미국은 영국에서 종교의 자유를 찾아 떠난 청교도 등이 모태가 되어 건국된 나라다. 영국 태생의 선교사가 설립한 하버드대를 비롯한 수많은 학교들이 기독교정신에 따라 교육하고 있다. 대통령이 성서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한다. 사실상 ‘준기독교 국가’인 셈이다. 하지만 전세계 이민자들로 이뤄진 이 나라엔 세계 대부분의 종교가 상륙해 활동하고 있다. 종교박물관인 셈이다.

한국에선 3천여개의 한인교회를 비롯해 가톨릭 성당과 불교 사찰, 원불교 교당 등이 포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대부분 150여만명의 한인 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원불교가 한국에서 탄생한 주요 종교로선 최초로 전북 익산에 있는 중앙총부(총본부)와는 별도로 미국 심장부 뉴욕주 50여만평에 해외총부인 원다르마센터를 지난 2일 개원했다. 원불교는 최고지도자 경산 종법사가 42일간의 장기 일정으로 미국 순방에 나서 4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을 찾아 환담했다. 또 법회를 여는 등 본격 현지 교화에 나섰다.

불교 조계종도 최근 미국에 첫 해외교구청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지난 1일 한국 불교문화를 유럽에 알리기 위해 간 프랑스에서 유럽의 기독교 젊은이들의 성소인 테제공동체를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국 불교가 그동안 종단 화합 등 내부 문제 해결에 급급해 10~20년 앞을 내다보고 (불교 발전을 위한) 로드맵을 세우지 못해 세계인들에게 한국 불교를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며 “앞으로 미국 컬럼비아대의 한국학 연구 학생들에게 매년 10만달러를 지원해 한국을 아는 인재를 양성하고 유엔에 한국 승려를 파견해 한국 불교를 알리고, 현지 문화와 언어를 아는 외국인 스님을 통한 포교 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해외 포교 시대를 예고한 것이다.

원불교 미주총부와 한국불교 해외특별교구청 설립은 종교와 영성에 대한 미국인들의 변화 움직임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전통종교들의 본격적인 미국 진출을 계기로 미국에서 동양종교의 현주소와 방향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10년 전 무슬림 근본주의자 테러단체가 감행한 ‘9·11 테러’로 뉴욕에서 3천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비극의 현장인 맨해튼 세계무역센터 건물터, 그라운드 제로에서는 재건축이 한창이다. 이곳을 지나는 허드슨강을 따라 북쪽으로 차로 1시간30분쯤 달리면 숲과 강이 어우러진 개리슨 지역에 이른다. 미군의 세계 전략의 상징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와 허드슨강을 두고 마주 본 천혜의 땅에 고풍스러운 수도원 건물이 있다. 수도원엔 어느 가톨릭 수도원과 다름없이 십자가가 걸려 있다.

그런데 드나드는 사람들을 따라 메인홀을 들어간 순간 믿기지 않은 장면이 펼쳐졌다. 메인홀은 스테인드글라스에 새겨진 성화를 비롯해 어느 수도원 미사를 보는 곳과 다름이 없다. 다만 다른 것은 제단 앞의 십자가가 걸려 있을 자리에 불상이 앉아 있다. 여성 선(禪) 수행자이자 이곳 총무인 린다 다우니의 설명을 들어보면, 가톨릭수도원이 경영난에 봉착해 16년간이나 비워져 있던 것을 개리슨 재단이 사들여 티베트불교와 선불교를 비롯한 다양한 종교의 수행·수도·명상과 치유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 명상센터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린다는 “이곳에서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며칠 전 온 무슬림 참여자들이 불상이 놓여 있는 것에 대해 불평을 하긴 했지만, 대부분은 이곳에서 다른 종교인들이 활동하는 것을 당연스럽게 여긴다”고 밝혔다. 또 “원주인이던 가톨릭수도원에서도 수도원 건물이 파괴되거나 방치되지 않고 이런 식으로 사용되는 것을 반기며 재단 운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개리슨명상센터에서 1~2시간 거리에 있는 젠마운틴센터도 가톨릭 수도원 건물을 일본 불교 조동종 계열의 존 다이도 루리를 따르는 단체가 인수해 선 수행처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도 다양한 종교 배경을 가진 이들이 선수행을 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위성도시인 글렌사이드에 있는 원불교 필라델피아 교당도 개신교인 크리스천사이언스교회를 10년 전 인수해 교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개척 초기 교당을 구입했던 미주선학대학원 김복인 교무는 “원불교와 매매 계약을 논의하던 중 다른 교회가 사겠다고 나섰지만, 크리스천사이언스교회에선 먼저 제안을 한 원불교와의 도의를 더 중시해 원불교에 매각했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 교당엔 매주 60~70명의 미국인들이 참선하기 위해 온다. 미국인 참선을 지도하는 조정수 교무는 “참선하러 오는 미국인들 대부분이 가톨릭과 개신교, 유대교 배경을 가졌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화요일과 토요일 참선하기 위해 교당에 오면서 일요일엔 자신의 종교집회에 나가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인근 중고등학교에서 매 학기 학생들을 불교와 참선을 알게 하기 위해 교당에 보내거나 교무들을 강사로 학교에 초청할 만큼 미국인들에게서 타종교나 수행을 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나 배타성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욕·필라델피아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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