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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낯선 원불교, 경계심 없애는 게 급선무”

등록 2011-10-19 20:38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원불교 미주선학대학원 원불교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미국인 학생들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원불교 미주선학대학원 원불교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미국인 학생들
미국의 동양명상수행 현장을 가다 ③
“미국인 실용주의적” 자기 삶 책임감 강해
동양 전통·문화 거부…교화 걸림돌 많아
한국식 머리·여교무 독신 등 변화 요구도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는 미국 최초의 수도로서 가장 뿌리 깊은 기독교 교회들이 자리하고 있다. 또 퀘이커공동체 펜들힐과 아직도 마차를 끌고 다니며 산업문명 이전의 삶을 살아가는 아미쉬 등 ‘영적 전통들’이 숨쉬고 있다. 그런 필라델피아에서 한국의 신생 종교 원불교가 대표적인 동양종교 수행처로 손꼽히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필라델피아 시내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글렌사이드 고급주택가에는 개신교 교회를 개조해 연 원불교 교당이 있다. 이곳에서는 매주 미국인 70여명이 선(禪)을 하고 있다.

 미국인들을 상대로 한 현지 동아이사계 명상센터 운영은 일본의 스즈키 다이세쓰나 순류, 한국의 숭산 스님 등 일부만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을 뿐 대부분은 자국 교포를 상대로 하는 운영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불교가 필라델피아와 뉴욕 맨해튼, 노스캐롤라이나 등에서 전적으로 미국인들만을 상대로 한 교당 운영에 성공한 것은 기념비적인 일로 꼽히고 있다. 1973년 백상원 교무(원불교 교직자)가 언어도 소통되지 않은 나라에 도착해 온갖 잡일을 해가며 후배들을 불러와 공부를 시키면서 미국 현지인 교화에 힘써온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원불교가 2001년 필라델피아에 설립한 미주선학대(총장·김복인 교무)는 10년만에 침구학과 50명, 선응용학과 11명, 원불교학과 8명 등 77명이 재학하는, 작지만 내실있는 대학으로 뿌리를 내려 필라델피아 교민사회에도 자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원불교는 최근 미주총부인 원다르마센터를 개원했고, 조계종도 미주 동부특별교구청을 설립해 뉴욕 불광사 주지 석원 스님을 1대 교구청장으로 선출해 현지 포교를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건너간 종교들이 미국인들을 상대하는데 걸림돌이 적지않다.

 원불교 맨해튼 교당의 이오은 교무는 “미국인들은 실용주의적이고, 자신의 삶을 (신이나 성직자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스스로 책임지려는 경향이 강해서 오히려 불교적 성향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도 “불교에 매력을 느끼긴 하지만, 티베트 사찰에서 (본질보다는) 티베트 문화가 두드러진 모습이나 일본 선불교의 사무라이식 문화에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떠난다”고 말했다. 보스턴 교당의 김현오 스님도 “동양종교 경전은 형이상학적이고 전체성이 두드러져, 과학적 이고 개인적인 사고에 익숙한 서구인들의 경우 자신들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으면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미국 뉴욕주 코네티컷에 있는 원불교 미주총부 원다르마센터 개원식에서 성가를 부르고 있는 원불교 파견 교무들.
지난 2일, 미국 뉴욕주 코네티컷에 있는 원불교 미주총부 원다르마센터 개원식에서 성가를 부르고 있는 원불교 파견 교무들.
최근 뉴욕의 기독교 교회에서 불교계의 한 선승이 선문답식 법회를 한 뒤 10여년 동안 선불교 수행을 해온 미국인 스님이 “베리 올드 스타일”(아주 낡은 방식)이라고 평가절하했다는 후일담도 미국인들의 성향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미주선학대 침구학과를 비롯한 미국의 동양의학계에서 동양에서 건너간 침법이 아니라 미국인들이 실용적으로 변화시킨 오행침법이 주류로 등장한 것도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오행침법은 시술자가 많은 질문을 던져 환자가 대화 속에서 병을 가져온 식습관과 행동, 성격 등을 스스로 깨닫게 하도록 돕는 요법이다. 심리학자인 미주 선학대 헬렌 로즈 교수는 “기독교적 풍토에서 살아온 미국인들은 동양의 종교나 철학, 문화, 전통엔 큰 관심 없이 동양 종교의 명상과 수행을 어떻게 실용적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에 활용할 수 있을까를 탐구중”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미주 현지 교화에 나선 원불교에선 미국인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원불교의 전통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원불교 여자 교무들은 가리마를 하고 말아올린 쪽머리 스타일에 흰저고리 검정치마를 유니폼으로 입는데, 미국인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곤 한다는 것이다. 미주선학대 교수인 박인선 교무는 “신흥종교 안에서 발생한 집단 자살 등으로 컬트(사이비종교)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다가서려면 컬트가 아님을 이해시키는게 급선무인데 전혀 본적이 없는 모습을 보고 컬트시해 정작 본론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이를 이해시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30년 전 김복인 총장과 템플대에서 함께 공부를 한 인연으로 미주선학대에 온 캐롤 교수는 ‘비판적 사고’ 등을 가르치고 있다. ‘원불교는 막연하지 않고 진리에 이르는 길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교무들의 삶과 모습이 아주 밝고 평안해 함께 하고 싶어진다’는 그에게 ‘원불교에 대해서도 비판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캐롤 교수는 “원불교는 교법에선 가장 열려있다고 하면서도 왜 낡은 머리 스타일과 복식, 그리고 여성교무들만의 독신제도를 미국에서까지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미 30년 전 김복인 교무에게 ‘머리스타일을 고치지않고는 미국인들이 다가서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는데, 아직도 그대로인게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양의 수행자들은 먹을 생각도 안하는 상대에게 먹이려고 애쓰는 경향이 있다”면서 “무조건 가르치려고 들지 말고, 먼저 질문하고, 많이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끝) 필라델피아/글·시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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