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중랑구 망우본동 금란교회에서 이 교회 교인들이 김홍도 목사가 읽어보라고 권한 <자유대한신문>을 가져가고 있다. 이 신문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사상검증을 요구하는 서경석 목사의 글을 2~3면에 걸쳐 실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대형교회 잇단 선거개입
보수정권을 성장 지렛대로
야권후보에 색깔공세도 펴
보수정권을 성장 지렛대로
야권후보에 색깔공세도 펴
지난 8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 설교 등을 통해 노골적으로 투표 독려 운동을 한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까지 개입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23일 주일예배에서 “심장부와 같은 서울에 사탄·마귀에 속한 사람이 시장이 되면 어떻게 하나”라고 주장하며 신도들에게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를 비난하는 기사가 실린 신문을 배포한 서울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는 개신교 내에서도 대표적인 우파 목사로 통한다. 그는 2007년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도 예배에서 “장로님(이명박 후보)이 꼭 대통령이 되게 기도해 달라”고 주장해 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 8월3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국민행동본부와 재향군인회 등 우파 단체들이 함께 개최한 ‘왕재산 간첩단 사건 철저조사 촉구를 위한 반공·애국 국민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종북좌파 척결을 외쳤다.
김 목사를 비롯한 보수교회 목사들의 색깔공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이 색깔론의 본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보수교회들의 반북 정서는 뿌리가 깊다. 해방 전 북한에서 공산당으로부터 재산을 빼앗기고 남하해 이승만 정권과 공고한 협력관계를 구축한 보수교회들은 이후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과 공생하며 최고의 성장기를 누렸다.
이들 보수 대형교회는 선거 때가 되면 보수정권의 승리를 위해 앞장서왔고, 집권기간에는 보수정권의 울타리가 돼주었다. 지난 8월24일 치러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도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소망교회를 비롯한 9개 교회가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단속 대상으로 지목된 바 있다.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인 길자연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왕성교회와 소망교회 등은 주보와 광고를 통해 주민투표를 독려했고, 온누리교회는 ‘투표를 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예배수업을 못하게 된다’거나 ‘학교에 동성애자가 급증한다’는 내용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무차별적으로 보냈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지난 12일 참석해 “애국자”라고 치켜세운 복지포퓰리즘추방본부의 행사에서 연사로 나선 이광선·엄신형·길자연 목사는 모두 한기총 전·현직 대표회장들이다. 나 후보는 이에 앞서 한기총을 방문했는데, 한기총 간부들은 “건축물을 지을 때 주변 땅으로부터 3m 안으로 들여서 짓도록 한 규정은 교회를 짓지 말라는 법”이라며 나 후보에게 법 개정을 요구했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김홍도 목사의 발언과 관련해 “상대가 설사 아무리 못된 짓을 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탄이라고 규정지을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며 “기독교인의 소양 문제여서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남오성 사무국장은 “과거 독재정권들과 공생을 통해 발전해온 대형교회들이 성장세가 꺾이자 위기감의 책임을 밖으로 돌리면서 회개와 성찰을 하기보다는 우파와의 권력관계를 통해 무언가를 모색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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