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권선거 논란으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직무가 정지된 가운데 법원이 파견한 직무대행체제가 만든 개혁안을 대표회장에 복귀한 길자연 목사 등이 폐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교회 안팎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을 비롯해 예장 백석, 대신, 개혁, 합신, 고신,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기하성, 서대문기하성, 예수교대한성결교회(예성) 등 한기총 9개 회원 교단은 지난 8일 기독교회관에서 ‘한기총 정상화 모임’을 열고 한기총이 개혁 정관을 복구하지 않을 경우 한기총 회비 납부를 유보하기로 결의했다.
한기총은 지난달 28일 실행위원회를 열어 대표회장 임기를 1년 단임에서 2년 단임으로 늘리고, ‘대표회장 순번제’를 폐기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했다. 9개 교단은 이에 대해 “지난 7월7일 특별총회에서 한기총의 새로운 모색을 위해 개정된 정관과 운영세칙, 선거관리규정을 불과 3개월 만에 개악하면서 한기총의 파행을 다시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통합 사무총장 조성기 목사는 “우리 교단에서도 64개 노회 가운데 12개 노회가 한기총을 탈퇴하라는 헌의안을 냈지만 참여 속에서 개혁해가려 했다. 그런데 이미 마련된 개혁안마저 특정인을 위해 무력화시키는 일이 벌어지면서 대부분의 교단이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예장합동교단은 차기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로 홍재철 목사를 선출했다. 길자연 목사 체제의 수호자 구실을 한 홍 목사는 한기총의 개혁안을 포기케 한 장본인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는 인물이다.
한편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는 종교개혁 494돌을 맞아 지난 4일 ‘한기총이 해체되어야 하는 95가지 이유’를 발표했다. 이 단체는 세상의 도덕적 기준에도 못 미치는 금권 선거로 자리를 사고 팔았고, 하나님을 빙자하여 세속권력과 이권을 탐하며, 11개 교단에서 이단으로 지목한 교단을 받아들여 이단들로부터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으며, 한기총 때문에 전도가 되지 않는다는 것 등을 해체 이유로 들었다.
‘한기총이 해체되어야 하는 95가지 이유’는 1517년 독일 비텐베르크 대학의 교수였던 마르틴 루터가 타락해가던 교회 현실을 비판하는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했던 것을 패러디한 것이다. ‘한기총이 해체되어야 하는 95가지 이유’ 전문은 휴심정(well.hani.co.kr).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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