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영성순례서 본 가톨릭 힘의 뿌리
프랑스 시골 마을 루르드
성모 발현한 동굴성당은
엄격 검증 거쳐 성소로 공인
묵상·침례 순례객 줄이어
프랑스 시골 마을 루르드
성모 발현한 동굴성당은
엄격 검증 거쳐 성소로 공인
묵상·침례 순례객 줄이어
성모 마리아는 신앙심과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한국적 정서가 더해지면서 한국 가톨릭 신자들에겐 더욱 각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 가톨릭’의 수호성인인 성모 마리아는 어머니처럼 좀더 친근하게 다가가 신앙의 심지에 작은 불씨를 댕겨주는 구실을 하고 있다.
프랑스 남서부의 작은 시골마을 루르드는 150여년 전 동굴 속에서 성모 마리아를 보았다는 14살 소녀 베르나데트의 증언과 교황청의 공인으로 인해 가톨릭의 ‘꿈의 순례지’로 떠오른 곳이다. 루르드는 관광 성수기가 지난 겨울인데도 여전히 적지 않은 순례객들이 찾고 있었다. 연간 600만명의 순례객이 찾아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호텔 밀집도가 높은 곳이라니 이미 시골마을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만 10만여명이 다녀갔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루르드가 이렇게 성지가 된 것은 1858년 2월11일 베르나데트란 이 마을 소녀가 가브강변의 산에 나무를 하러 왔다가 마사비엘동굴에서 ‘젊고 아름다운 여인’을 본 것이 시발이다. 베르나데트는 이날부터 5개월간 18번이나 성모 마리아 발현을 체험한다.
성모 마리아가 발현했다는 동굴 위에 지어진 거대한 성당이 이곳에서 마리아의 위상을 말해준다. 루르드엔 동굴성당을 비롯해 30여개의 성당이 있고, 6개국어로 된 고해성소가 마련돼 순례객들이 매일 미사를 드리고, 고해성사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성모 발현지인 동굴의 성모상 앞에선 일부 신자들이 큰절을 하거나 무릎을 꿇은 채 기도중이었다. 그 뒤 의자에선 수십명이 묵상을 했다. 동굴 옆엔 동굴에서 샘솟아 ‘기적의 물’로 일컬어지는 샘물과 연결된 수십개의 수도에서 순례객들이 물을 마시거나 물통에 물을 담았다. 물을 마신 순례객들은 동굴 오른편에 마련된 ‘침례소’에서 기적수에 온몸을 담그는 침례를 했다. 순례객들이 먹고 씻는 이 물은 수많은 병자들이 치유된 ‘기적의 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성모 마리아에 대한 높은 신심열기와 순례객 때문에 가톨릭은 ‘마리아교’라는 오해에 직면하기도 한다. 루르드엔 한국 예수성심시녀회에서 이 마리스텔라(45) 수녀가 파견돼 개신교회의 신앙간증 이상으로 열정적으로 마리아 신심을 북돋우고 있었다. 하지만 순례단을 이끈 한국가톨릭주교회의 홍보국장 이정주 신부는 마리아에 대해 “신격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탄생부터 죽음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지켜준 신앙의 가장 완벽한 모범자이자 ‘하느님의 어머니’이고,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시는 전구자(기도를 전해주는 이)로서 존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가톨릭교회는 적지 않은 시간과 검증을 거쳐 기적을 공인한다. 가톨릭에서 ‘성인’으로 추대되기 위해서도 ‘기적’이 확인되어야 한다. 다만 목숨을 내놓고 신앙을 지킨 순교자만은 그 자체만으로 기적시돼 기적이 일어난 사례가 보고되지 않아도 성인으로 추대될 수 있다. 가톨릭에선 성인을 추대할 때도, 기적을 공인할 때도 엄격하기 그지없다. 한국의 나주에서 성모 발현을 체험했다는 주장과 같이 교회가 공인하지 않는 곳에 대해선 사적 성지화를 금한다.
하지만 민간의 신앙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타 종교의 성지와 달리 이런 교회 차원의 엄격한 ‘공인’제도는 일단 승인되면 의심할 바 없는 ‘기적의 성소’로서, 신심을 불러오는 구실을 한다. 루르드에 예루살렘 이상으로 순례객이 몰려드는데서 알 수 있다. 어느 나라, 어느 지역, 어떤 이들도 외면하지 않을 성심을 지닌 성모 마리아가 왜 이 동굴에만 18번이나 나타난 것일까. 소녀 베르나데트의 삶이 그 의문에 답해준다. 아홉 형제자매 가운데 넷이 굶어서 죽을 만큼 가난했던 집에서 태어나 감옥으로 쓰이던 외딴 방 한칸에 온 식구가 함께 살았던 소녀. 그가 성모 마리아 발현을 체험한 동굴은 환자들이 환부를 감싸던 헝겊을 비롯한 쓰레기들이 쌓인 강둑에 있었다. 성모 마리아는 가난하고 불쌍한 소녀가 아니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그런 곳에서 나타났다. 마리아가 나타나 베르나데트에게 준 기적은 ‘현세의 행복’도 아니었다. 베르나데트는 성모 발현을 목격했다는 고백 이후 의심하는 이들로부터 많은 핍박을 받았고, 수녀회에 입회한 뒤 35살로 요절했다. 하지만 그는 14살 소녀의 것이라곤 믿겨지지 않을 만큼 깊이있는 용서와 사랑과 감사를 담은 ‘신앙 고백’을 통해 과연 진정한 기적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성모님, 성모님을 봤다는 이유로 마구간에 갇혀 있었던 일, 사람들이 ‘이 여자가 바로 베르나데트인가?’ 하고 말할 정도로 보잘것없고 빈약해, 마치 희귀한 동물처럼 보였던 것. 뺨을 맞거나 조소와 모욕을 당하던 일. 이 모든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예수님, 당신이 제 눈앞에 나타나실 때도, 나타나지 않으실 때도 당신께서 언제나 저와 함께 계시고, 존재하심에 감사드립니다.” 루르드(프랑스)/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성모 마리아 발현 동굴 위에 세워진 루르드의 동굴성당.
하지만 민간의 신앙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타 종교의 성지와 달리 이런 교회 차원의 엄격한 ‘공인’제도는 일단 승인되면 의심할 바 없는 ‘기적의 성소’로서, 신심을 불러오는 구실을 한다. 루르드에 예루살렘 이상으로 순례객이 몰려드는데서 알 수 있다. 어느 나라, 어느 지역, 어떤 이들도 외면하지 않을 성심을 지닌 성모 마리아가 왜 이 동굴에만 18번이나 나타난 것일까. 소녀 베르나데트의 삶이 그 의문에 답해준다. 아홉 형제자매 가운데 넷이 굶어서 죽을 만큼 가난했던 집에서 태어나 감옥으로 쓰이던 외딴 방 한칸에 온 식구가 함께 살았던 소녀. 그가 성모 마리아 발현을 체험한 동굴은 환자들이 환부를 감싸던 헝겊을 비롯한 쓰레기들이 쌓인 강둑에 있었다. 성모 마리아는 가난하고 불쌍한 소녀가 아니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그런 곳에서 나타났다. 마리아가 나타나 베르나데트에게 준 기적은 ‘현세의 행복’도 아니었다. 베르나데트는 성모 발현을 목격했다는 고백 이후 의심하는 이들로부터 많은 핍박을 받았고, 수녀회에 입회한 뒤 35살로 요절했다. 하지만 그는 14살 소녀의 것이라곤 믿겨지지 않을 만큼 깊이있는 용서와 사랑과 감사를 담은 ‘신앙 고백’을 통해 과연 진정한 기적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성모님, 성모님을 봤다는 이유로 마구간에 갇혀 있었던 일, 사람들이 ‘이 여자가 바로 베르나데트인가?’ 하고 말할 정도로 보잘것없고 빈약해, 마치 희귀한 동물처럼 보였던 것. 뺨을 맞거나 조소와 모욕을 당하던 일. 이 모든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예수님, 당신이 제 눈앞에 나타나실 때도, 나타나지 않으실 때도 당신께서 언제나 저와 함께 계시고, 존재하심에 감사드립니다.” 루르드(프랑스)/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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