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세부의 빈민가 파실 바랑가이 골목에 서 있는 세이브릭스.
희망재단, 필리핀서 나눔 실천
머리가 닿을락 말락 낮게 널린 옷가지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골목 바닥은 아낙네들이 빨래하고 버린 물로 질펀하다. 오래된 생활폐수로 미끌거리는 바닥을 아이들은 맨발로 휘젓고 다닌다.
출근시간과 등교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악취 풍기는 골목엔 젊은이들과 아이들이 넘쳐난다. ‘간이 피시방’에서 총 쏘는 게임을 하거나 골목을 서성이며 시간을 때운다.
지난 1월 말 국제협력 시민단체인 한국희망재단(이사장 최기식 신부)과 함께 찾은 필리핀 세부의 빈민가인 파실 바랑가이(마을이란 뜻)의 풍경이다. 지지직거리는 앞집의 라디오 소음이 그대로 들릴 정도로 좁은 골목 양옆엔 널빤지로 아무렇게나 덧댄 집 1200여채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상하수도 등 생활에 필수적인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마을 사람들은 우물과 화장실을 함께 쓴다. 월평균 소득은 2500페소(6만5000원)란다.
세부 가난한 마을의 아이들
대부분 돈 없어 학교 못가고
학교도 교실 부족 3교대 수업
새건물 기증받고 기쁨의 미소 하루 생계를 잇기도 힘든 사람들에게 배움은 호사로운 소리다. 필리핀은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지만, 푸소(삼각으로 접은 코코넛잎 안에 쌀을 넣어 찐 밥) 100개 만들어 팔면 겨우 7페소를 버는 빈민가의 부모들로선 아이들의 교통비와 급식비를 대기도 어렵다. 열한살 세이브릭스(파실초 5년) 가족은 23m²(7평) 정도의 방 한 칸에서 부모와 결혼한 오빠 부부 등 모두 9명이 살고 있다. 그래도 세이브릭스는 5남매 중 행운아다. 유일하게 학교에 다닌다. 다른 형제들은 돈이 없어 공부를 포기했다.
세이브릭스가 다니는 학교는 파실 지역에서 하나뿐인 공립초등학교다. 학생들은 지금까지 건물이 부족해 하루 4시간씩 3교대 수업을 해야 했고, 전교생 2400여명이 변기 8개를 사용해야 했다. 학교시설도 빈민가 못지않게 열악했다. 그런 아이들에게 한국희망재단이 피드더칠드런(사회개발단체)과 함께 새 건물을 지어주었다. 2층 신축 건물엔 컴퓨터실을 비롯한 8개의 교실이 들어섰다. 새 교실에는 흰색 벽면에 백열등을 설치해 한층 밝아졌고, 화장실은 물론 선풍기도 4대나 설치됐다. 이 학교 초등생들은 이제 3부제가 아닌 정상 수업을 하게 됐다. 또 넓은 테이블에 무리지어 앉아 하던 수업에서 벗어나 개인 책상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됐다. 재단은 이번 작업에 참여한 건축가들의 자원봉사와 남은 후원금을 사용해 곧 교실 2개를 증축할 예정이다.
준공식이 끝나고 세이브릭스와 아이들은 새 교실을 뛰어다니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5학년인 마넬(12)은 “새 교실에서 공부할 생각에 몹시 설렌다”며 “교실이 밝아 공부도 더 잘될 것 같다”고 밝게 웃었다. 이 학교 교장인 나바로 플로레파인은 “안전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새 건물은 다른 공립학교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이제 잘 관리하는 것이 선생님과 학생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세부(필리핀)/글·사진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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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릭스가 다니는 학교는 파실 지역에서 하나뿐인 공립초등학교다. 학생들은 지금까지 건물이 부족해 하루 4시간씩 3교대 수업을 해야 했고, 전교생 2400여명이 변기 8개를 사용해야 했다. 학교시설도 빈민가 못지않게 열악했다. 그런 아이들에게 한국희망재단이 피드더칠드런(사회개발단체)과 함께 새 건물을 지어주었다. 2층 신축 건물엔 컴퓨터실을 비롯한 8개의 교실이 들어섰다. 새 교실에는 흰색 벽면에 백열등을 설치해 한층 밝아졌고, 화장실은 물론 선풍기도 4대나 설치됐다. 이 학교 초등생들은 이제 3부제가 아닌 정상 수업을 하게 됐다. 또 넓은 테이블에 무리지어 앉아 하던 수업에서 벗어나 개인 책상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됐다. 재단은 이번 작업에 참여한 건축가들의 자원봉사와 남은 후원금을 사용해 곧 교실 2개를 증축할 예정이다.
한국희망재단에서 새로 지어준 교실에서 공부중인 파실초등학교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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