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종교

시골 인문학 도사가 들려주는 공자식 사랑법

등록 2012-02-24 19:10

논어-사람을 사랑하는 기술/이남곡 지음/휴·1만3000원
논어-사람을 사랑하는 기술/이남곡 지음/휴·1만3000원
논어-사람을 사랑하는 기술/이남곡 지음/휴·1만3000원

공자의 사상을 한 자로 표현한다면 인(仁)이다. 공자의 제자 번지가 스승에게 ‘인’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공자가 답했다.

“애인(愛人·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일까. 번지가 묻자, 공자가 답했다.

“지인(知人·사람을 알아보는 것)이다.”

사람을 알아보는 데서부터 사랑이 실현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총선과 대선의 해를 맞아 정치가 이익을 중심으로 권력을 쟁탈하는 이전투구의 장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도록 돕는 조화의 예술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논어-사람을 사랑하는 기술>은 이런 막연한 세상에 성큼 다가서게 하는 희망을 한아름 안겨주는 책이다. 저자 이남곡(68)은 전북 장수 산골에서 된장과 고추장을 담그고 농사를 짓는 산골 사람으로, 전북 일대에서는 인문학에 목마른 이들에게 실상사의 도법 스님과 함께 사상과 철학, 인문학을 가르쳐주고 이끄는 주역으로 평가받는 이이기도 하다.

그는 애초 공자를 보수 우익의 원조 정도로 여겼던 인물이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교사운동을 하던 중 1979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 사건으로 4년간 옥살이를 했다. 고시 합격도 어려운 일. 세속적 잣대로 보자면 인생이 한참 꼬인 경우다. 그래서 신세 한탄이나 하며 완고한 노인이 되어갈 법한 그에게 왜 젊은이들이 꿀에 취한 벌처럼 달려드는 것일까. 이 의문은 책을 몇쪽만 넘겨보아도 바로 풀린다.


그에겐 진보주의자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이분법과 단정과 규정과 고집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1980년대 정토회 법륜 스님의 요청으로 불교사회연구소장을 지내고, 무아집을 모토로 살아가는 경기도 화성 ‘야마기시 실현지’ 공동체에서 8년을 살면서 단련된 수행의 결과만으로 보기엔 어려운 천품 같은 게 느껴지는 인물이 그다. 젊은 날의 단정을 버리고 그가 마침내 공자를 알고, 공자를 사랑하게 된 것도 그런 열린 사고가 아니면 가능하지 않았을 일이다.

그는 이 책에서도 풍기가 문란한 마을에서 왔다는 이유로 한 젊은이를 제자들이 왕따시키자 지금 현재가 중요하지 출신, 부모, 고향, 학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가르친 공자의 예화를 들어, 어느 누구도 함부로 평하지 말고 단정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또 당부한다. 세상 모두가 환호해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세상 모두가 비난해도 다시 한번 살펴보라는 탐구의 열린 자세 속엔 ‘사람을 사랑하기’ 이전에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는’ 군자의 배려심이 담겨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경제? FTA? 4대강?…내세울 게 없는 MB ‘잠 못이루는 밤’
전여옥, ‘공익판정’ 박원순 아들에 “공익이라도 가라”
박원순 ‘지지’ 쓴다는게 실수로 점하나 잘못…
“4월5일 BBK 가짜 편지 윗선 공개하겠다”
삼성, 유산 소송 지면 ‘이재용 승계’ 타격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