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을 맞아 종교계에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종교계가 힘을 합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03년 사상 처음 남북 민간이 함께한 3·1 민족대회가 열린 서울 한 호텔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남북 종교지도자들. <한겨레> 자료사진
3·1절 맞아 남북화해 앞장
개신교, 평화염원 선언 발표
범종교인들 오늘 순례 나서
“통일 위해 종교계 힘합쳐야”
개신교, 평화염원 선언 발표
범종교인들 오늘 순례 나서
“통일 위해 종교계 힘합쳐야”
2천만 동포가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친 3·1 만세운동의 시발점은 서울 인사동 태화관이었다. 이곳에서 낭독된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명’은 의병이나 지하 독립운동가들이 아닌, 천도교(동학) 교주 손병희를 비롯한 3대 종교(개신교 16명, 천도교 15명, 불교 2명)의 종단 대표들이었다.
이 때문에 보편적인 종교적 영성과 상호 평화의 메시지가 담긴 3·1독립선언은 세계적으로 열강의 침탈이 보편화하면서, 제국의 폭압에 무차별적 희생양이 된 제3세계인들의 비폭력 저항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민족종교인 천도교는 민족의식으로 뭉쳐 교단 차원에서 비밀리에 독립운동을 주도했지만, 개신교는 상황이 달랐다. 제국주의 열강 파견 선교사들이 목사와 신자들의 독립운동 등 현실 참여를 극렬하게 반대했음에도, 주요 교단 지도자인 목사들이 민족을 위한 거사에 나선 것이다. 각기 다른 종교지도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선언문을 낭독하고, 서대문형무소 한 감방의 ‘룸메이트’가 되었다.
이처럼 3·1운동은 다른 종교들이 하나의 대의를 위해 힘을 합쳤다는 점에서 종교사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3·1운동은 인도에서 영 제국에 저항한 비폭력 독립운동을 전개한 간디가 목숨을 건 단식을 감행하며 종교간 화해를 외쳤음에도 끝내 힌두교의 인도와 무슬림의 파키스탄으로 분리된 실패와도 비교된다.
그런 종교계가 이젠 ‘민족 통일’을 위해 각 종교계가 힘을 합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종교간 갈등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각 종교계에서 터져나온 ‘하나의 대의’를 우연으로만 보기 어려워 보인다.
종교를 넘어선 화해와 대의에 대한 엇박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종교 편향에 대한 불교계의 반발이 여전하고, 보수 개신교의 냉전적 시각은 변함이 없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3·1절을 기념해 ‘한기총 나라사랑 국군 장병과 함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9일 강원도 휴전선 최북단 철원의 한 부대를 방문해 예배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세는 화해와 평화로 흐르고 있다. 먼저 개신교에선 성서한국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15개 단체가 공동으로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기독교 3·1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29일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990년 독일 통일 과정에서 동서독 교회가 보여준 성숙한 화해와 협력이 동서독 통일의 밑바탕이 되었음을 기억할 때, 그동안 한국 교회가 목숨 걸고 사랑과 관용의 길을 걷지 못했음을 참회한다”며 남북 양쪽에 대해 군사훈련과 무기 개발 중단과 남북교류협력사업 등을 촉구했다.
범종교인들이 참여하는 생명평화결사(운영위원장 김경일 신부)는 1일 오후 1시 부산 영주동 부산민주공원 광장에서 올해 순례를 시작한다. 순례단은 ‘한반도 생명평화공동체를 염원하며’ 5월 중순까지 부산~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 5월 중순~8월 중순엔 통일전망대~연평도 구간 순례를 이어간다.
또 정토회 법륜 스님과 박남수 동학민족통일회 상임의장은 1일 민족대표 33인 중 한명인 백용성 스님이 탄생한 곳인 전북 장수 죽림정사에서 기념식에 이어 강연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법륜 스님은 “일제 때의 민족적 과제가 독립이었다면, 21세기 민족의 과제는 통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성서한국 공동대표인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만열 장로는 “3·1운동은 각 종교뿐 아니라 척사위정, 개화, 민족 등 각 진영이 하나가 되어 일어서 중국의 5·4운동과 인도와 필리핀 등 제3세계의 독립운동에 불을 댕겼다”며 “종교와 이념, 지역, 노소 등을 넘어서 민족 독립과 세계 평화를 위해 하나 된 3·1정신을 재발현시켜 한반도 평화 통일을 이루기 위해 종교계가 힘을 합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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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종교간 이해와 대화를 실천하기 위한 ‘합동 성지순례 행사’에 나선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소속 7대 종교 대표들이 대구 계산성당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또 정토회 법륜 스님과 박남수 동학민족통일회 상임의장은 1일 민족대표 33인 중 한명인 백용성 스님이 탄생한 곳인 전북 장수 죽림정사에서 기념식에 이어 강연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법륜 스님은 “일제 때의 민족적 과제가 독립이었다면, 21세기 민족의 과제는 통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성서한국 공동대표인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만열 장로는 “3·1운동은 각 종교뿐 아니라 척사위정, 개화, 민족 등 각 진영이 하나가 되어 일어서 중국의 5·4운동과 인도와 필리핀 등 제3세계의 독립운동에 불을 댕겼다”며 “종교와 이념, 지역, 노소 등을 넘어서 민족 독립과 세계 평화를 위해 하나 된 3·1정신을 재발현시켜 한반도 평화 통일을 이루기 위해 종교계가 힘을 합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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