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도입 밝혀
정부가 성직자에 대한 과세 방침을 내비쳤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머니투데이방송>(MTN)에 출연한 자리에서 “(성직자 과세는) 국민 개세주의 관점에서 특별한 예외를 인정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며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고, 다른 조치를 통해서라도 예외 없이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장관은 “종교 활동의 특별한 성격이 있기 때문에 경비를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지금까지 관행과 예우 등에 의해 사실상 과세를 엄격하게 해 오지 않았던 것이 관습이라고 본다면 갑자기 현행법에 의해 세금을 거두자는 것은 신뢰나 기대의 측면에서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이 ‘성직자 과세 검토’ 방침을 내비침에 따라 해방 이후부터 끊이지 않았던 성직자 과세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2006년엔 국세청이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 ‘종교인에게도 과세가 가능한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지만, 정부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현재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답변을 미뤄놓고 있다.
성직자에 대한 비과세는 법적 근거 없이 ‘관행’으로 이어져 왔다. 헌법 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특수 계층에 대해서도 과세의 의무를 지우는 것이 순리다. 현행 소득세법도 성직자의 소득세 납부를 면제해주지 않고 있다. 박광서 서강대 자연과학부 학장은 “법이 있는데도 관행이란 이름 아래 법 집행이 안 되고 있다”며 “미국 등 다른 대부분의 나라처럼 우리나라의 성직자도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자진 납부하는 성직자들도 적지 않다.
과세를 한다면 성직자의 급여에 대한 근로소득세 부과가 초점이다. 교회 등은 장학재단처럼 비영리법인이어서 법인세 면제 대상이다. 성직자한테서 소득세를 걷는다 하더라도 세수는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추정해보지는 않았지만, 수백억원대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재정부 관계자는 “금액의 측면에선 실익이 적더라도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과 ‘누구나 납세의무를 진다’는 공평과세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최근 복지 수요 증가 등에 따라 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성직자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2월 말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가량이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독교 내 보수적인 단체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991년 일부 성직자들의 ‘자진 납세’ 움직임으로 성직자 과세 논란이 촉발돼 20년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실제 과세로 이어지지 못한 게 이를 방증한다. 국회와 정부 모두 종교인들의 집단 반발을 의식해 성직자 과세에 소극적이었다. 최현준 류이근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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