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들 편안히 열반하게…

능행 스님(사진 가운데)

능행 스님, 호스피스전문병원 새달 1일 상량법회

1997년 능행 스님(사진 가운데)에게 한 가톨릭 수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임종을 앞둔 한 남자 환자가 아무래도 스님인 것 같은데, 일체 대꾸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환자는 20년 넘게 선방에서만 수행해온 스님이었다. 그는 “내가 지금까지 중생들이 주는 은혜로 살아가면서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데,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느냐”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 스님은 “다시 태어나면 절대 그렇게는 살지 않을 텐데 이제 늦었다”며 한탄했다. 머리와 수염과 손발톱까지 깎고 목욕까지 시킨 뒤 무릎에 뉘어 자장가를 불러주던 능행 스님에게 그 비구 스님은 “불자가 1천만명이나 되는 불교인들에게 병원 하나가 없다”며 “스님들이 편히 죽어갈 수 있는 병원 하나 지어 달라”고 애원했다. 능행 스님은 “어떻게 저 같은 중이 병원을 짓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임종 징후를 보인 지 이틀이 지난 뒤에도 비구 스님은 숨을 놓지 않은 채 “그 약속을 듣지 않고선 갈 수 없다”고 버텼다. 이에 견디다 못한 능행 스님은 “그럼 스님께서 죽어서라도 저와 함께 그 일을 해주실 수 있느냐”고 묻자, 비구 스님은 “그러마” 하면서 능행 스님의 손을 꼭 쥔 채 눈을 감았다.

그렇게 비구 스님을 보낸 지 2년 만에 능행 스님은 탁발에 나서 충북 청원군 미원면 대신리에 독립형 호스피스 정토마을을 세워 운영했다. 이어 비구 스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2000년부터 서민층을 위한 자제 병원운동을 시작했다.

능행 스님이 이끄는 정토사관자재회는 불교계 최초로 말기암 환자 등을 위한 완화치료 병원터를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양등리에 9천여평 마련하고, 불교전문 호스피스 인력을 양성해왔다. 이 병원은 108병상을 갖춰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되지 않는 중증 이상의 환자, 3기말의 암환자 등을 친환경, 전인적으로 돌보게 된다. 형편이 어려운 환자는 최소한의 부담만 하도록 했다. 정토사관자재회는 이 병원을 올해 안 완공하기로 하고, 4월1일 오전 10시 후원자들과 봉사자들을 초청해 상량대법회를 연다.

상량대법회에선 최근 부산 범어사 주지로 선출된 안국선원 선원장 수불 스님이 법문을 하고, 전국비구니회장 명우 스님과 자제병원 홍보대사 탤런트 김혜옥씨 등이 격려사를 한다. 하유 스님의 사물놀이 지신밟기와 대북 공연, 인드라 스님의 공연, 노래 자랑 한마당, 갤러리 초대전 등도 펼쳐진다. [phone].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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