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 자원활동가들이 몽골 유목민촌에서 양들의 예방접종을 돕고 있다. 이들은 종못드유목민센터 우물가에 페인트칠(아래 오른쪽 사진)을 하고, 1박2일 동안 초원의
게르에서 유목민의 삶을 체험(아래 왼쪽)하기도 했다.
유목민문화센터 외벽 페인트칠에
우물가 정비하며 하루 6시간 봉사
얼굴 밝고 평화로운 몽골인 보며
“미래 불안해 낙담했는데 용기얻어”
“푸른 대자연에서 치유받는 느낌”
우물가 정비하며 하루 6시간 봉사
얼굴 밝고 평화로운 몽골인 보며
“미래 불안해 낙담했는데 용기얻어”
“푸른 대자연에서 치유받는 느낌”
가톨릭청년 14명, 종못드시서 14박15일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차로 40여분 떨어진 종못드 외곽 초원에 있는 유목민문화센터. 한국인 선교사들이 사들인 폐교다. 게르 두 동이 서 있는 녹색 운동장에선 소들이 들어와 풀을 뜯어먹고 있다. 낡아 얼룩진 학교 건물 벽에 남녀 청년 대여섯명이 뭔가를 그리고 있다. 한국 청년들이 페인트를 준비해주면 몽골의 미대생 티미르가 벽에 색칠을 한다. 그의 손끝에서 초원 위 소들의 평화가 탄생한다.
건물 맞은편 우물가에선 20여명이 흙바닥에 시멘트를 바르고 있다. 물이 귀하디귀한 초원에서 이 우물은 마을 사람들뿐 아니라 소들에게도 생명수다. 그래서 우물 주변은 소들이 싸놓은 똥이 지천이다. 생명수 주위 30평가량에 시멘트를 발라 말끔히 정돈하는 작업에 청년들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20~30대 남녀 대학생·직장인들이 대부분인 한국 청년들은 오전, 오후 3시간씩 하는 노동이 쉽지 않다. 시멘트와 모래를 나르다가 머리에 소똥이 튀기 일쑤다. 또 넘어져 손바닥에 질퍼덕한 감각이 느껴질 때 지르는 비명이 간간이 터진다. 남녀로 나뉘어 말도 통하지 않는 몽골인들과 교실 바닥에서 잠을 청하고, 재래식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지하수를 퍼낸 호스 하나에 수십명이 식사 준비와 설거지, 세면까지 해야 하는 불편에 적응하느라 끙끙댔다.
그러던 지난 3일 유목민 게르로 떠났다. 한국-몽골 청년들은 4인1조가 되어 게르에서 유목민들과 함께하는 ‘1박2일 체험’에 나섰다.
센터에서 한 시간가량을 달려 초원 한가운데 신밧드(48)네 게르에 도착한 대학 2학년 휴학생 김근아씨 조원들은 먼 별나라에 떨어져버린 것 같았다. 게르 안으로 들어서면서 쌀과 식용유와 빵 등 준비한 선물을 내놓았지만 아무런 반찬 없이 수제비를 먹던 집주인 신밧드는 본체만체였다. 잠시 뒤 딸 수릉(23)이 구유주 한 대접씩을 내밀었다. 말젖을 막걸리처럼 발효시킨 전통 음료수였다. 이방인들이 과연 먹을까 지켜보던 유목민들은 한국 청년들이 이를 비워내자 비로소 눈빛이 부드러워지며 말젖으로 만든 치즈도 먹어보라고 권했다.
한 시간쯤 지나 게르에 수의사가 도착했다. 양들을 예방접종 해주기 위해서였다. 신밧드 부자가 말을 타고 지평선 너머로부터 양떼를 몰고 와 우리에 넣는다. 200마리나 되는 양떼를 붙잡아 주사를 놓느라 신밧드 가족들이 노심초사하는 것을 본 대학 1학년생 김태현씨도 우리 안으로 들어가 돕는다. 청년들은 한 시간가량 유목민과 함께 양들과 씨름을 했다. 게르로 들어간 유목민들은 “쓸 만한데…”라는 표정으로 다시 구유주를 내준다.
게르는 외로운 섬 같지만 외로울 틈이 없다. 조용할 만하면 어디선가 이웃 유목민이 찾아든다. 노크를 하지도 않고 주저 없이 불쑥 들어선다. 손님이 들어서면 주인은 여지없이 구유주 한 대접으로 갈증을 달래준다. 해질 무렵 신밧드의 친구 유목민 대여섯명이 놀러왔다. 이들은 자기들이 가져온 보드카를 권하며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별 같은 눈빛을 보냈다.
벗들을 배웅한 뒤, 말수가 적어 무뚝뚝해 보이던 신밧드는 손짓으로 ‘이렇게 누워보라’며 초원 위에 누웠다. 드넓은 하늘지붕에선 지상 최고의 별잔치가 펼쳐졌다.
참가자 오솔미(41·탤런트)씨는 “요즘 몸이 안 좋은데다 저체온증까지 있어서 흙바닥에서 자는 게 걱정이 많았는데 게르에서 자고 일어나면 구름 위를 나는 것같이 상쾌하다”고 고백했다. 대부분 도시에서 자란 몽골 청년들도 게르에서 하룻밤은 생경한 체험이다.
게르에서 대자연을 체험하고 센터로 돌아온 한국 청년들의 얼굴에선 근심 걱정의 누런빛 대신 푸른 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어찌 보면 더 풍요로운 사회에서 왔으면서도 마음을 열지 못한 채 오히려 스스럼없이 다가서는 몽골 청년들에게 거부감마저 보이던 한국 청년들이었다. 그런 20~30대 한국 청년들이 10~20대 몽골 청년들에게 마음을 열며 함께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
이재희(25)씨는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진로를 못 찾아 자신감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왔는데, 밝고 맑게 마음을 여는 몽골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내 존재 가치를 새롭게 깨달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두려워하지 말라. 걱정하지 말라. 주님 계시니 아쉬움 없네.” 매일 밤 촛불을 켜놓고 게르 안에서 진행하는 ‘테제기도회’에서 이들이 부르는 테제송에는 전에 없는 평화가 초원 위로 퍼져나갔다. 한국 청년들의 프로그램을 이끈 오대일 신부, 김보미 수녀와 김대민·김다해·이상민 진행자 등도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대학병원 간호사를 하다가 자신을 돌아보고 싶어서 퇴직하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지현(30)씨는 “한국 청년들보다 훨씬 열려 있는 몽골 청년들과, 물 한 잔으로 칫솔질과 ‘고양이 세수’까지 하면서도 불편해하지 않는 유목민들, 그리고 푸른 대자연에서 치유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위로하고 봉사하기 위해서 온 몽골에서 오히려 은총을 받은 한국 청년들에게서 청춘의 초록색이 제 빛깔로 살아나고 있었다. 종못드(몽골)/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전문은 휴심정(well.hani.co.kr)
※‘조현의 그리스 종교기행’은 한주 쉽니다.
종못드유목민문화센터는 한국 가톨릭 선교사들
초원 사는 아이 데려와
교육시키고 유학 보내줘
종못드유목민문화센터(유목민센터)는 한국 가톨릭 선교사들의 푸른 꿈이 배어 있는 곳이다.
몽골은 남한의 16배에 이를 만큼 넓은 국토를 지녔지만, 인구는 고작 280만명뿐이고, 이 중에서도 절반 가까운 130여만명이 수도 울란바토르에 살고 있다. 이처럼 급격한 도시 이주로 몽골 유목민은 머지않아 ‘전설’ 속에만 남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인 사제들은 유목민들이 도시로 가 빈민으로 전락하지 않고 초원에서 삶을 개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꿈을 키우고 있다.
가톨릭 대전교구 소속으로 울란바토르 항올성당 주임인 몽골 생활 13년차 김성현 신부와 7년차 허웅 신부가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몽골 어린이들을 성당에서 데리고 자면서 생활한 것도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함이었다. 항올성당 기숙생 중 16명은 한국으로 유학까지 보냈다. 이들 중엔 사제가 되려고 신학대에 간 청년이 있는가 하면, 수의학과와 축산학과에 진학한 이들도 있다. 이번 유목민센터의 국제청년자원활동에서 허 신부와 함께 몽골 청년들을 이끌며 제구실을 톡톡히 해낸 ‘도미닉’과 ‘어기’도 항올 성당 기숙생 출신이다.
신부들은 자식처럼 뒷바라지해온 몽골 청년들이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면 유목민센터에서 유목민들을 교육시켜 초지에서 생산한 우유의 판로를 개척하고, 질 좋은 치즈도 생산해 활로를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의 푸른 꿈에 동참한 한국인 수도자들은 또 있다. 종못드유목민센터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사르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수녀들이 유목민 자녀들이 기숙할 수 있는 학교를 열었고, 울란바토로 메리워드 수녀회에선 지방에서 상경한 유목민의 딸 18명을 돌보고 있다.
몽골의 한국인 사제와 수녀들은 몽골인 신자들과 함께 지난 6월엔 한국 가톨릭의 몽골 선교 20돌을 맞아 고도 카라코룸에서 울란바토르까지 12박13일 동안 365㎞를 도보 순례하며 푸른 꿈을 다시 다졌다.
종못드(몽골)/글·사진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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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못드유목민문화센터는 한국 가톨릭 선교사들
초원 사는 아이 데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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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꾸민 종못드유목민문화센터 앞에 둘러앉아 식사중인 한국·몽골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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