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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문선명은 메시아인가…통일교 내부 갈등 최대 화두로

등록 2012-09-12 20:20

경기도 가평 천정궁박물관에 안치된 문선명 총재의 주검 앞에서 문상객들이 고인에게 조의를 표하고 있다. 가평/사진공동취재단
경기도 가평 천정궁박물관에 안치된 문선명 총재의 주검 앞에서 문상객들이 고인에게 조의를 표하고 있다. 가평/사진공동취재단
“예수 못다한 구원 완성하라” 근거
문선명 총재 생전에 ‘메시아’ 주장
주류 7남은 정통성 확보하려 계승
비주류는 ‘종교 사유화’라며 비판
교계 “혈통 신비화는 과대망상”

지난 3일 별세한 문선명 통일교 총재는 ‘메시아’(구세주)인가, 아닌가?

문 총재는 생전에 자신을 메시아라고 했다. 이 때문에 기독교로부터 ‘이단’으로 정죄됐다. 그가 세계적인 엔지오 운동을 전개하고 탁월한 사업적 수완을 발휘해 외연을 확대했는데도 늘 ‘사이비 교주’라는 비난과 견제의 대상이 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문 총재 자신이 ‘메시아’라는 주장은 ‘기독교통일신령협회’라는 간판을 건 1954년 이전부터 통일교 내부에선 ‘공공연한 사실’이었으나 외부적으로는 쉬쉬해왔다. 그러나 문 총재는 구순을 맞은 2009년 ‘만왕의 왕 하나님 해방권 대관식’을 열어 자칭 하나님으로 ‘취임’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통일교의 메시아론은 문 총재가 16살 때인 부활절 아침에 “예수가 나타나 (구원을) 다하지 못했으므로 네가 완성하라”고 했다는 주장을 근거로 하고 있다.

메시아 논쟁
문 총재의 사후 통일교 내부 최대 화두다. 논쟁은 ‘성화(장례)위원장’을 맡은 문형진(34) 통일교 세계회장과 3남 문현진(43) 통일교세계재단(UCI) 회장 사이에서 전개되고 있다. 문 총재의 ‘종교’ 분야 후계자인 7남 형진씨는 ‘사업’ 분야 후계자인 4남 국진(42)씨와 함께 문 총재의 부인 한학자씨의 후원을 받는 주류다. 장남(효진, 1961~2008)과 차남(흥진, 1966~84)이 사망해 사실상 장남 격인 3남 현진씨는 90년대 이후 문 총재의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으나 5년 전 막내 형진씨가 통일교 세계회장을 맡아 후계자로 내정되면서 밀려난 비주류다. 그는 문 총재의 ‘엔지오’ 분야 후계자이면서 지금도 상당한 사업권을 가지고 있다. 그의 장인으로 한때 통일교 ‘2인자’였던 곽정환(76) 전 천주평화연합 세계회장도 비주류로 밀려난 상태다.

우선 변화보다는 정통성을 확보해야 할 주류 쪽은 ‘문 총재 메시아’론을 계승해 비주류의 공세에 맞서고 있다. 이에 비해 비주류 쪽은 “문 총재는 생전에 너희 모두가 메시아가 되어야 한다고 했는데도 형진·국진씨 쪽이 문 총재만을 메시아로 만들고 나머지는 모두 죄인을 만듦으로써 이미 몰락한 중세의 절대적 교권과 종교 사유화 시대로 되돌리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류 쪽인 안호열 대외협력실장은 “문 총재가 설교에서 직접 자신을 ‘메시아’, ‘구세주’, ‘평화의 왕’이라고 한 것에 대해 그를 (믿고) 따른다는 이들이 왈가왈부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현진씨가 이끄는 국제엔지오인 지피에프재단(글로벌피스페스티벌)의 주인호 부장은 “문 총재는 통일교를 희생해서라도 세계 평화를 실현하고자 했는데, 형진 회장 쪽이 교권을 형성하고 강화하기 위해 문 총재를 신격화시켜 통일교 안에 가두어 문 총재가 창설한 모든 세계평화단체 및 엔지오를 통일교 산하로 만들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반박했다. 현진씨 쪽은 “통일교 교권엔 관심이 없다”며 현 교권과 결별을 선언했다.

주류와 비주류는 통일교의 여의도 금싸라기 4만6465㎡ 땅 건축을 두고도 소송을 전개 중이어서, 메시아론과 재산을 놓고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진씨는 지난 10일부터 연일 경기도 가평의 문 총재 빈소를 찾았으나 주검이 있는 천정궁박물관에는 올라가지 못하고 일반인 분향소가 있는 청심평화월드센터 앞에서 주류 쪽에 제지당해 조문을 못하고 있다. 현진씨 쪽은 문 총재가 입원한 병원에 병문안도 형진·국진씨 쪽이 막아 못했다고 주장한다. 주류 쪽은 “다른 조문객과 마찬가지로 부부만 올라오라는데도 굳이 수십명의 일행과 함께 들여보내지 않으면 안 가겠다고 한 것이지 우리가 못 오게 한 게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현진씨는 자신의 소유인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에 별도의 빈소를 마련했다. 15일 장례식도 양쪽에서 열릴 수 있는 상황이다.

메시아론의 뿌리
기독교 신학계에선 1920년대 3·1운동 이후 민족적 좌절과 함께 등장한 함경남도 원산의 원산파와 평안북도 철산의 철산파 등의 신비주의운동을 그 원류로 보고 있다. 철산파인 김성도(1882~1944)라는 여인을 구세주로 믿는 ‘새주(主)파’가 창립한 성주교회에 참여한 원산파인 김백문이 1940년대 초 경기도 파주로 옮겨 ‘예수교 이스라엘 수도원’을 세우고 독자적인 운동을 전개할 때 문 총재가 찾아와 배웠다는 것이다. 신과 사람이 하나가 된다는 등의 논리를 담은 김백문의 <기독교근본원리>라는 저서가 문 총재의 사상 정립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또 메시아론이 문 총재의 개인 체험과 기독교 신비주의에다 민족종교와 비결(秘訣)을 합친 것이란 분석도 있다.

목원대 신학과 김흥수 교수는 “(문 총재가) 개인 체험 뒤 김성도가 예수로부터 ‘메시아가 한반도에 온다’는 음성을 들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그로 인해 첫 부인인 최선길이 자신을 메시아가 아닌 평범한 남편으로 대하자, 부인을 두고 혼자 1946년 평양으로 갈 정도로 자기 확신을 가진 것 같다”고 보았다. 또 김 교수는 “자신을 상제라고 한 증산도의 강일순(1871~1909)의 사상과 정도령이 출현해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정감록이 혼합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태생한 ‘통일교 원리’에 대해 민중신학의 태두인 서남동(1918~84) 박사는 ‘종교적 상상력과 독창성에 있어서 최고’라는 찬사로 개신교계의 반발을 사 연세대에서 쫓겨나게 됐다.

전 크리스찬아카데미 원장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통일교 원리는 기독교와 민족주의, 자연과학적 요소까지 합쳐 보수교회 목사들의 설교에 식상한 70년대 대학가 젊은이들에게 파고들었다”며 “문 총재는 공산주의를 사탄시하면서도 고르바초프와 김일성을 만나 손잡으면서 정치적 리더십에선 그 누구보다 한 수 위에 있음을 과시해 정치적 메시아 신앙을 불러오려 했다”고 평했다. 김 교수는 “그리스도교 핵심은 신앙 체험을 통해 생물학적 혈통을 넘어서 세상에서 윤리적·도덕적·헌신적 삶으로 전환하는 것을 보이는 것인데 자신의 혈통을 신비화하고, 정치·비즈니스·종교를 통틀어 야욕을 달성하려 한 것은 과대망상적 심리의 표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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