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종교

“불영사 85가지 김치 비법은 탐욕없는 마음”

등록 2012-10-09 19:52수정 2012-10-09 20:41

일운(60) 스님
일운(60) 스님
주지 일운 스님 두번째 사찰요리책…13일 출간기념 잔치
경북 울진 불영사. 금강송과 경내의 배추, 연못 어느것 하나 이곳 비구니 선승들을 닮지 않은 것이 없다. 푸르디 푸르다. 20여년 전만해도 퇴락했던 천년고찰을 이토록 아름답고도 청정한 수행 도량으로 일군 이가 비구니 주지 일운(60) 스님이다. 그가 최근 <김치나무에 핀 행복>(담앤북스 펴냄)이란 책을 냈다. 사찰요리 전문가가 아닌 선승이 어인 요리책일까.

“사람이 사는 데 다섯가지 필요한 조건이 있어요. 깨끗한 공기·물·환경·음식·마음입니다.”

수행과 음식이 둘이 아님을 확연히 알게 하는 그의 한마디에 의구심이 단박에 녹는다.

그가 <불영이 감춘 스님의 비밀레시피>에 이어 이번에 소개한 ‘불영사의 85가지 김치 비법’이 더욱 궁금해지는 것은 가을 하늘처럼 맑고 밝은 그의 얼굴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책 어디를 뒤져도 특별한 건강식을 만드는 비방같은 것은 없다.

“병은 자족할 줄 모른채 탐욕으로 먹는 데서 비롯되지요. 감사하게 먹고, 30번 이상 씹고, 반드시 산책만해도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냉장고에 보관한 귀중한 음식이 아니라 내 주변에서 자라는 채소가 최고의 건강식이고, 이것저것 넣어 맛을 낸 요리가 아니라 첨가물 없이 채소 고유의 맛을 낸 음식이 최고지요.”

너무도 간단하다. 그러나 식당은 말할 것도 없고, 어느 가정에서도 잘 지켜지지 않는 원칙이다. 그래서 그의 책은 탐욕과 감각의 노예가 되어 본래의 담백한 맛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을 깨우는 죽비다.

같은 말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실리는 무게는 다르다. 그는 단순 명쾌한 삶을 몸으로 살아낸 이다. ‘인생의 주인이 누구냐’는 의문을 풀기 위해 17살에 집을 나와 경북 청도 운문사로 출가한 그는 단 한번의 후회 없이 안팎의 극락세계를 만들며 달려왔다. 한 겨울에도 목도리와 모자와 장갑도 없이 손등이 부르트도록 나무를 하고, 노스님들의 요강을 배우고, 군불을 때느라 피곤해 나무둥치 위에서 졸다 떨어진 채 계속 잠이 들 정도의 고된 행자생활을 5년이나 하면서도 기쁘기만 했다는 그다.

무려 58명이 그를 멘토로 삼아 출가길에 들어섰다. 30대 초에 타이완에 유학을 가 배우는 처지에 있던 그에게 오히려 타이완의 젊은이 7명이 출가하는 희한한 상황이 연출된 것도 삶과 수행이 둘이 아닌 그의 모습 때문이었다.

인구 밀도가 가장 낮은 오지의 행사에 만명 넘은 손님이 찾아들고, 그가 캄보디아와 북한 어린이를 돕자고 한달에 1만원씩 내며 함께 수행정진하자는 염불만일결사에 벌써 1천여명이 동참한 데서도 그의 흡인력을 알 수 있다.

수행자로서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그이기에 ‘인간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가장 큰 오산이다. 손수 요리를 해 노스님들을 공양하고, 추석 밤엔 승려·신자들과 함께 말춤을 추면서 ‘달밤에 체조’도 할 줄 아는 풍류객이기도 하다.

오는 13일 불영사에 가면 그와 불영사 식구들이 마련한 푸짐한 음식을 맛보고 장사익 등의 공연까지 볼 수 있다. 사찰음식축제와 산사음악회에서 요리와 노래 말고도 놓치지 말야야 할 것은 오후엔 일체 음식을 먹지 않으면서도 늘 빛을 잃지않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일운 스님의 마음이다. 울진/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어린이지문 수집’ 민간에 위탁…열람 허용해 정보유출 우려
MBC·YTN 사장, 국감 앞두고 도피성 출장 ‘의혹’
송호창, 민주당 탈당 안철수 캠프 합류
‘번개모임’ 뒤 사고로 사망…“국가유공자 아냐”
‘사랑스런’ 아이폰5 vs ‘요긴한’ 갤노2
고추장 성분 27%가 당류…나트륨도 다량 함유
[화보] 박근혜와 안철수가 만났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