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김민웅 목사와 도법 스님, 김인국 신부(왼쪽부터).
도법 스님·김민웅 목사·김인국 신부
종교·사회문제 다룬 대담집 ‘잡설’ 내
“4대강·용산 등 현정권서 많은 희생”
“야권단일화는 가치통합 품격 보여야”
종교·사회문제 다룬 대담집 ‘잡설’ 내
“4대강·용산 등 현정권서 많은 희생”
“야권단일화는 가치통합 품격 보여야”
종교계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세 ‘입’이 만났다.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골치 아픈 현안들을 풀어내고 있는 도법 스님, 미국에서 20년 동안 목회하고 성공회대에서 가르치는 김민웅 목사, 고통받는 이들의 벗인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총무 김인국 신부다.
이들이 사회·정치·종교에 대해 나눈 적나라한 대담이 <잡설>(꽃자리 펴냄)로 출간됐다. 세 종교인이 6일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다시 만났다. 자리에 앉자마자 작렬한 입심과 <잡설>을 퍼즐처럼 네 주제로 정리했다.
■ 힐링, 번지수 제대로 찾고 있나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캠프가 따로 있지만 다 한 캠프 출신이잖아요. ‘힐링캠프’라고. 그런데 그곳은 힐링이 정말 필요한 사람들은 갈 수 없는 곳이잖아요. 성공한 사람들 뒷담화하는 곳이지.”
김 목사가 ‘이상한 힐링캠프’를 꼬집자 도법 스님은 “달나라의 계수나무에서 토끼를 찾듯이 환상을 좇아 자꾸 행복타령을 하면서 이게 안 된다고 아우성치고 있다”며 힐링 현상을 질타했다. 이에 김 신부는 “세상엔 단순하고 소박한 흙길도 있다. 한번 그렇게 살아보면 ‘이렇게 살면 쉽고 재미있는 것을. 왜 그렇게 미련하게 살았을까’ 할 수도 있는데…”라고 맞장구를 쳤다.
김 목사는 개인적인 고통에 대해 ‘세상’에 눈을 뜨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도대체 누가 이토록 우리를 아프게 하느냐”고 물었다. 김 신부는 “그에 눈감은 채 킬링 주체에게 힐링을 맡긴다는 게 말이 되느냐. 이 정권에서 수많은 심청이가 4대강에서, 용산에서, 쌍용차에서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데, 이제 심봉사가 눈을 뜰까”라고 물었다. 대중들의 각성에 대한 기대다.
■ 지금 한국인은 ‘공감’ 마비 증후군? 김 신부는 “누군가가 아스팔트 위에 쓰려져 있는데도 사람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달린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김 목사는 “그럴 때 몰려가서 ‘어떤 놈이 이런 짓을 한 거야? 저놈이야?’ 이래야 겁을 먹을 텐데…” 하며 한숨을 쉬었다. 김 신부는 “요즘 가톨릭에서 가장 많이 찾는 인물이 이태석 신부인데, 아프리카에서 헌신하다 숨진 이 신부가 한국에 있었다면 돌봤을 현장은 정작 외면당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이상을 보여주라 정치 이야기는 안철수 현상이 ‘대중의 성공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진단에서 시작했다. 김 목사는 “성공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을 본 뒤 성공만 해선 곤란하고 착하기도 해야 할 것 같아서!”라고 부연 설명했다.
두 후보에 대한 따끔한 질책도 나왔다. 김 목사는 “노무현 정권이 삼성과 손잡고, 햇볕정책을 후퇴시키고, 자본과 권력을 시장에서 강화시키는 정책을 펼쳐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게 한 문제점을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신부는 “가톨릭 교회가 격렬한 논쟁 끝에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란 표어를 선택한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부자 편에 서고 말기 때문”이라며 “안 후보가 ‘융합’이란 추상적인 표현으로 양쪽을 다 아우르겠다고만 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두 후보는 단일화란 단순한 결과만이 아니라 ‘가치’를 통합하는 실력과 품격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 문제를 어떻게 풀까 혼자 은둔해 눈감고 깨달음이나 구원을 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통받는 현실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데 이들은 동의했다. 그러나 방법론에선 차이가 있었다. 인도의 비노바 바베가 ‘모든 사람에겐 열고 들어갈 문이 있다’고 한 말을 내세우며, 기득권과도 대화와 타협을 주장하는 도법 스님의 주장에 대해 김 목사는 “대충 얼버무리고 없는 것으로 치고 넘어가는 게 문제이고, 누가 책임을 져야 할지도 은폐한 채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가선 안 된다”고 맞받았다. 김 신부도 “김진숙씨가 타워크레인에서 내려오니까 한진중공업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입을 싹 씻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 보고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도법 스님은 “나는 회색분자여서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자’는 주의다. 어떤 문제를 다룰 때 적대적 관점에서 승부를 내고, 싸워서 이기느냐 지느냐는 논리로 결론을 내리려고 해서는 절대 해답이 나올 수 없으니 승부가 아닌 접근이 필요하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해결이 되려면 서로가 수긍이 되고 동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 종교인의 잡설은 오는 11일 저녁 7시 서울 대학로 카페 벙커온 북콘서트에서 재개된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전문은 휴심정(we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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