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종교

불교방송 이사장-사장 갈등에 방송파행·맞고발 치달아

등록 2013-03-20 20:35수정 2013-03-21 11:59

지난 13일 <불교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성전 스님을 비롯한 승려들이 방송출연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지난 19일 전영신 노조위원장이 이사장 영담 스님 고발 계획을 밝히고 있다. <불교포커스> 제공
지난 13일 <불교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성전 스님을 비롯한 승려들이 방송출연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지난 19일 전영신 노조위원장이 이사장 영담 스님 고발 계획을 밝히고 있다. <불교포커스> 제공
감사가 사장 해임건의안 올리고
2노조는 배임혐의로 고발 가세
승려진행자들 “사장이 승가 모독”
퇴진 요구하며 돌연 방송중단
불교계의 대표적 매체인 <불교방송>의 내부갈등이 방송 파행과 고발 사태를 빚은 가운데, 방송 정화 운동으로 쟁점이 확산되고 있다.

불교방송 노조는 20일 재단 이사장인 영담 스님을 업무상 횡령과 배임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노조는 불교방송을 살리기 위해선 “(영담 스님의) 사유화에 따른 부조리를 바로잡아 공영방송으로 회귀시켜야 한다”며 정화 차원의 기치를 내세워 영담 스님과 전면전에 나섰다. 앞서 지난 13일엔 이 방송의 승려 진행자 7명 전원이 이채원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방송을 중단해 아나운서들이 대신 투입됐다. 1990년 개국 이래 초유의 일이다.

종단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지난 15년간 불교방송에서 사실상 최고 실력자로 군림해온 이사장 영담 스님과 1년 반 전에 취임한 이채원 사장 사이의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갈등이 표면화한 것은 지난해 12월18일 이사회에서 감사가 ‘이채원 사장 해임건’을 상정하면서부터다. 뒤이어 지난해 11월 이 방송사의 제2노조로 발족한 희망노조가 1월29일 이 사장을 ‘업무상 배임’ 의혹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고, 승려 진행자들도 가톨릭 성당을 다녔던 사장이 불자인지 의심스럽다며 ‘종교 정체성’과 승가모독 발언을 문제삼아 방송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이사장 영담 스님과 희망노조(노조원 20명) 및 일부 승려 진행자가 한 축을, 이채원 사장과 노조(노조원 57명)가 또다른 축을 이뤄 대치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 사장 쪽은 “이사장 영담 스님이 경영에서 이견을 보인 사장 죽이기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직원들이 프로그램에서 돈을 받고 가요순위를 조작해 인천지검에서 벌금형을 받자 사장이 이들을 비호한 편성총책임자를 사업위원으로 발령 냈는데, 영담 스님 쪽에서 이를 자신의 수하 인맥에 맞서는 행위로 보고 사장 축출에 나섰다는 것이다. 사장 해임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한 감사가 영담 스님이 15년 전 임명한 사람이고, 사장을 고발한 희망노조도 영담 스님 인맥들을 주축으로 발족한 조직으로 알려진 점 등이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이 사장 쪽은 보고 있다. 승려 7명이 갑자기 방송을 중단한 배경에도 영담 스님이 있다는 게 이 사장 쪽과 노조의 시각이다. 방송 중단을 주도한 성전 스님도 애초 청화 스님 제자였으나, 영담 스님 은사인 쌍계사 조실 고산 스님에게 건당(은사를 바꿈)해 영담 스님과는 ‘같은 문중 형제’이며, 쌍계사 말사인 남해(경남) 용문사 주지직을 받은 ‘영담 스님 인맥’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희망노조와 성전 스님 쪽은 영담 스님 인맥설을 정면 부인하며 가톨릭에 가까웠던 이 사장의 종교적 정체성과 승가 모독 발언이 문제를 빚은 것이라고 맞받았다. 송근선 희망노조 위원장은 “영담 스님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했고, 성전 스님은 “불자가 아닌 사람이 <불교방송> 사장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나선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들은 “모 언론사 인물난에 이 사장의 종교가 ‘가톨릭’으로 돼 있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 사장이 승가 모독 발언을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사장쪽 “이사장쪽 인사발령 보복
2노조 출범·방송파행 배후 의혹”
노조 “비리의혹 감추려 물타기”
이사장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

이 사장은 이들의 주장을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가톨릭 신앙 논란에 대해 “2005년께 부부모임 참석자들이 모두 가톨릭신자여서 1년가량 성당에 오갔으나 나와 맞지 않아 더 이상 나가지 않았다. 그때 쓴 인물정보 기록이 정정되지 않은 채 (언론에)남아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대학생 때 불교학생회 활동을 했고, 강릉문화방송 사장 재직 때는 불탄 낙산사 복원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국에 방영했으며, 불자 직원들과 강릉 등명낙가사에 가서 법문을 들은 사실을 주지 스님이 다 알고 있다”고 했다. 1년반전 <불교방송>사장으로 취임해 재직하면서도 “매일 방송국내 3층 법당에 참배한 뒤 15층 사장실로 올라간 것을 ‘법당 보살’이 알고 있고, 월요일마다 봉행되는 법회에 빠지지않고 참석해 예불 참여 직원수가 세배나 늘었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승가 모독 발언을 한 것을 보았다는 사람과 대질을 시켜달라”며 “과거 사장들은 직원예불에 참석조차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하는데 그 때 과연 종교정체성 문제를 제기했냐”고 항변했다. 노조 쪽도 “영담 스님 쪽이 자신의 비리 의혹을 감추고 이 사장을 쫓아내기 위해 불순한 의도를 갖고 ‘승가 대 재가의 싸움’으로 몰아가려 한다”고 비난했다.

특히 노조 쪽은 20일 낸 고발장에서 방송프로그램 향상에 쓰여야 할 후원금이 고스란히 재단운영비로 들어갔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매년 2억5000만원이 (이사장실의) 출장비와 판공비, 활동비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 <문화방송>과 함께 기획한 뮤지컬 <원효>의 광고·협찬비 7억여원과 이익금 1억3000만원을 영담 스님이 대표로 있는 한중불교문화교류재단과 개인의 계좌로 빼돌렸다는 것 등이 주된 내용이다. 노조는 “영담 스님이 15년 전에도 후원금 2억원을 써버린 뒤 문제가 되자 뒤에 메꾼 전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담 스님은 “노조를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는 “뮤지컬 사업에 개인적으로 16억원을 투자했다. 어떤 사업이든 투자비를 먼저 회수시키고 수익을 따지는 것이지만, 원금도 전부 회수하지 못해 5000만~6000만원의 손해를 봤고, 재단이사장이 쓸 수 있는 판공비조차 쓴 적이 없다”고 의혹 제기를 일축했다.

불교방송 운영의 시시비비에 대한 판결은 이제 외부 법정에 맡겨졌다. 다만, 불교방송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가 영담 스님과 이 사장 쪽이 제기한 의혹들을 조사해 28일 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어서 내부 차원의 ‘정리’가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판사 출신 이사인 김윤수 소위 위원장은 “양쪽이 비난을 자제하고 소위 보고를 지켜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H6s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주한미군 급증 이라크 철군 영향? 전략적 유연성?
“전산 마비 악성코드, 중국발 아이피로 서버에 접속”
“발가락에 키스하고 싶다” 고은태 교수 성희롱 파문
‘친퀘첸토냐 미니냐’ 눈길끄는 2천만원대 수입 소형차
김용만, 수십억대 불법 스포츠 도박 ‘충격’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