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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채울수록 부족하고 비울수록 넉넉하다

등록 2013-07-09 20:03

수십년 모은 골동품 670점을 국립청주박물관에 모두 기증하고, 비움과 나눔의 불교운동을 펼치고 있는 ‘우리는 선우 제천지회’ 김연호 회장. 김 회장의 아내 권선씨는 남편의 기부에 선뜻 동참한 가장 큰 후원자이자 도반이다.
수십년 모은 골동품 670점을 국립청주박물관에 모두 기증하고, 비움과 나눔의 불교운동을 펼치고 있는 ‘우리는 선우 제천지회’ 김연호 회장. 김 회장의 아내 권선씨는 남편의 기부에 선뜻 동참한 가장 큰 후원자이자 도반이다.
[종교의 창] ‘우리는 선우 제천지회’ 김연호 회장
돈을 버는 족족 골동품을 사모았다
그러니 집을 비울 수 없었다
소유는 그를 부자유스럽게 했다
욕망이야말로 모든 불행의
근원임을 자각했다
그래서 전재산이나 다름없던
수십억원대의 문화재 670점을
국립청주박물관에 기증했다

누가 부자일까. 99섬을 가지고도 남이 가진 1섬을 빼앗아 100섬을 채우려는 갈증에 시달리는 사람일까. 1섬을 가지고도 절반을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일까.

물속에서도 갈증을 느끼는 물고기처럼, 가지면 가질수록 더욱 커지는 허기를 채우려 무언가를 빼앗기 위해 아우성치는 싸움판에서 벗어나 연민으로 중생을 돕는 이가 ‘보살’이다.

충북 제천시 의림대로 15길 24. 제천시내 한가운데 연꽃처럼 앉아 있는 중앙공원 뒤꼍에 진주동물병원이 있다. 무애문(無碍門)이란 편액에 대문 기둥의 주련까지. 동물병원이라기보다는 절간 같은 곳에서 김연호(61) 원장이 맞는다. 1년 내내 4대 보살(문수·관세음·지장·보현보살)을 호념을 하며 오체투지로 새벽을 열기 때문일까. 요즘 소 사육 농가들을 찾아 구제역 예방주사를 놓느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동분서주한다는데도 소년처럼 해맑다.

그는 ‘우리는 선우 제천지회’ 회장이다. ‘우리는 선우’는 1992년 박광서(서강대)·성태용(건국대) 교수 등이 주축이 돼 창립한 ‘재가(승려가 아닌 불자)불교 운동 단체’다. 인적·물적 토대를 제공하면서도 기독교에서 평신도운동이 기를 펴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교에서도 승려가 아닌 재가자들의 운동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선우 제천지회’는 지난 5월 부처님 오신 날 20㎏ 쌀 80포를 주민센터와 복지시설, 학교 등을 통해 홀몸 노인 및 불우청소년 가정에 전했다. 이들이 중앙공원에 ‘자비의 등’ 달기 운동을 해 매년 수십가마씩 자비의 쌀을 나눈 지도 10년이 넘는다. 또 인근 군부대에 부식비를 지원하고, 복지단체와 불교운동단체에 매달 1만원씩 지원하는 보시운동도 펼쳤다. 박노자 교수와 청전·현각·혜민 스님 등 저명인사들을 초청해 시민강좌도 열었다.

‘중생이 아프니 내가 아프다’란 보살도를 펼친 붓다 당시 재가거사 ‘유마’를 따라 그들도 배고픔과 슬픔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있다.

120여명의 회원이 함께하는 이들은 ‘우리는 선우’ 서울본부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벌여 본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들은 얼마든지 자체 건물이나 사무실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들은 가난한 이웃을 돕거나 소신을 펼치는 승려들을 찾아 돕는 데 모든 돈을 쓰고 돈을 쌓아두지 않았다.

이는 땅이나 건물과 같은 재산이 초심으로 공덕을 베푸는 데 해가 될 뿐이어서 쌓아놓지 말고 베풀어야 한다는 김 회장의 비움과 나눔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그도 한때는 골동품이 쌓여가는 재미로 살아가던 때도 있었다. 제천에서 공무원을 하다가 동물병원을 개원한 뒤 집 살 생각도 하지 않고 보험이나 저축도 하지 않은 채 돈을 버는 족족 골동품을 사모았다. 값비싼 분청사기와 고서적을 비롯한 골동품이 집 안 가득 쌓였다. 그러니 집을 비울 수도 없었다. 소유는 그를 자유롭게 하기보다는 더욱 부자유스럽게 했다. 그는 어느 날 “욕망이야말로 모든 불행의 근원”임을 자각했다. 그래서 15년간 모아 전재산이나 다름없던 수십억원대의 문화재 670점을 1990년부터 최근까지 4차에 걸쳐 국립청주박물관에 기증했다. ‘어떻게 온 정성을 다해 수십년간 모은 골동품을 아낌없이 내놓을 수 있느냐’는 사람들의 물음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준 것은 남고, 가진 것은 없어진다.”

그는 첫 기부 이후 1992년 창립된 ‘우리는 선우’ 설립자 박광서 교수가 “세상을 위해 돈을 가진 사람은 돈을, 지식을 가진 사람은 지식을, 시간을 가진 사람은 시간을 내놓아야 한다”고 한 보시 철학에 전적으로 공감해 제천에서 재가불교운동을 펼쳤다. 그는 “작은 도시의 신행단체가 불우이웃을 도우며 신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하루도 빠짐없이 보살 수행으로 새벽을 열면서 모든 일에 모범을 보여준 7분의 원로를 비롯한 좋은 도반들 때문”이라고 공덕을 돌렸다.

김연호 회장과 아내 권선씨
김연호 회장과 아내 권선씨
김 회장에게 또 잊을 수 없는 분이 있다. 2001년 인도 히말라야의 다람살라에서 만난 티베트불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였다. 어머니를 여의고 매일 2000배씩 10만배 기도를 한 뒤인 그때 그는 “가장 좋은 수행법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달라이 라마는 “최선을 다해 남을 도우세요. 아니면 적어도 남에게 주는 피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종교가 없더라도 남에게 친절하고 온화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면 그것이 곧 훌륭한 수행법입니다”라고 답했다.

그의 부인인 권선(59)씨와 경희대병원 정신과 의사인 장남 영종씨, 출가한 차남 여철 스님도 모두 이 가르침을 모토로 삼으며 살아가고 있다. 진해 해군사관학교 법사인 여철 스님이 지난해 말 졸업생들의 100일간 태평양 항해 여행에 동참한 뒤 130여명의 생도 가운데 무려 70명이 불교에 귀의한 것도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기보다는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과 친절의 귀결로 보고 있다. ‘내 복, 내 것만 챙기는 데서 모든 다툼과 화가 생겨난다’는 그가 울타리를 걷고 손짓한다. 함께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열어가기 위한 벗이 되자고.

제천/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수도권 대형교회 7곳 세습 준비” 
세습반대연대, 128건 제보 조사

서울 명성교회(김삼환 목사)와 안산제일교회(고훈 목사), 안양새중앙교회(박중식 목사), 연세중앙교회(윤석전 목사), 은혜와진리교회(조용목 목사), 인천순복음교회(최성규 목사), 임마누엘교회(김국도 목사) 등 수도권에서만 신자 1만명이 넘는 대형 교회 7곳이 목사직을 자녀나 사위에게 물려주는 세습을 준비중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성서한국 등 9개 개신교단체가 참여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는 3일 서울 남산동 청어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3월부터 128건의 세습 관련 제보를 조사한 결과 61개 교회는 이미 세습을 끝냈고, 25개 교회는 세습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이 조사에선 대형 교회인 광림교회(김선도-정식 목사), 한국대학생선교회(CCC·김준곤-사위 박성민), 소망교회(곽선희-요셉), 금란교회(김홍도-정민) 외에도 수도권의 또다른 대형 교회들이 새로 세습을 준비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반연 조사에 따르면 담임 김삼환 목사의 은퇴를 2년 남겨두고 있는 명성교회의 경우 김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가 부목사로 시무중인데, ‘부목사가 담임목사직을 곧바로 승계할 수 없다’는 교단법을 피하기 위해 하남지역에 지교회를 설립해 시무하게 한 뒤 세습하려 한다는 것이다.

또 인천순복음교회는 최성규 담임목사의 아들 최용호 목사가 부목사로, 연세중앙교회는 윤석전 담임목사의 아들 윤대곤 목사가 부목사로 재직하며 이미 주요 예배의 설교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임마누엘교회의 경우 지난해 감리교에서 세습방지법이 결의된 이후 편법으로 김국도 목사가 아들 김정국 목사의 세습을 시도하다가 문제가 되어 서류상으론 세습이 추진되지 않았으나 교회 누리집엔 김정국 목사가 담임으로 표기된데다 주일 핵심 시간인 오전 11시 설교를 맡아 이미 세습이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세반연은 “세습 의혹을 받는 교회에 대해 입장표명을 요구했으나 명성교회와 임마누엘교회, 연세중앙교회는 답변을 회피했고, 인천순복음교회는 ‘담임목사의 은퇴 계획이 없고 후임자 청빙 계획도 없다’고 회신했다”고 밝혔다.

한편 세습을 완료한 교회 가운데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현 대표회장인 홍재철 목사가 담임이던 경서교회와 전임 대표회장들이 시무한 왕성교회(길자연 목사), 성남성결교회(이용규 목사), 강남제일교회(지덕 목사)를 비롯해 교단 총회장 출신 교회 14곳, 기독교대한감리회 출신 감독 교회 10곳이 포함돼 교회 지도층의 세습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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