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수도자들이 26일 오후 마포구 신수동 서울 예수회센터에서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하기 전 시국미사를 드리고 있다. 이날 시국선언에 나선 천주교 수도자 4502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천주교에서 시국선언을 한 인원은 11개 교구에서 사제 1693명, 수도자 5421명이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수원 이어 전주에서도 시국미사
천주교 남녀 수도자(수사 및 수녀) 4502명이 26일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과 관련해 대통령의 사과와 관련자 처벌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선언에 참여한 수도자는 전체 1만1736명(지난해 말 기준 수사 1569명, 수녀 1만167명)의 39%에 이른다. 전북 전주에서는 이날 저녁 국정원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천주교 시국미사가 열렸다.
천주교 남녀 수도자들은 오후 5시 서울 마포구 서강대 안 예수회센터에서 ‘국정원 대선 불법개입 규탄 및 국가공권력 회개’ 시국미사를 열었다. 수도자들은 ‘이들이 잠자코 있으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다’란 제목의 시국선언문에서 “국정원이 경찰과 공모해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를 듣고 우려를 넘어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 책임도 관련도 없는 것처럼 모른 체할 것이 아니라 국정원·경찰·새누리당의 불법 행위에 대해 먼저 책임지고, 국민에게 사죄하고, 대선 불법개입 관련자 처벌과 국정원 개혁 등 모든 노력을 즉시 실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불법 선거개입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기록까지 불법적으로 공개하며 민주국가의 법체계 자체를 무력하게 만들면서 국민들을 속인 국가정보원과 새누리당이 국민을 위한 정부기관이며 정당이라고 여길 수 없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수도자들은 “국가 권력에 의해 민주시민의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가 공공연하게 침해받는 현실에 대해 비판적으로, 아니면 최소한 중립적으로 보도하고 논평해야 할 거대 언론들이 자본과 권력의 입장에 서서 우리 사회의 긴급하고 중요한 현안들을 왜곡하는 것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을 규탄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시국미사가 26일 저녁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전주교구 중앙성당에서 열렸다. 신부 82명을 비롯해 수녀와 신자 등 모두 800여명이 참석했다.
김진화 완주봉동성당 주임신부는 강론을 통해 “이 더위에도 전국에서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며 촛불을 들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폭염보다도 더 열받게 했을까요. 검찰수사에서 국정원의 명명백백한 대선 개입이 밝혀졌는데도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받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국미사에서는 국정원 댓글과 관련한 12분짜리 동영상 상영이 있었고 전주교구 청소년교육국 신자들로 이뤄진 밴드 ‘창세기’가 <광야에서>를 불렀다. 미사에 앞서 ‘국정원의 선거 불법 개입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을 문책하라’는 서명이 진행됐다. 이날 시국미사는 천주교 전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창신 신부)가 주관했고 집전은 박종근 전주전동성당 주임신부가 맡았다.
천주교 사제와 신자 등은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해왔다. 지난 7월5일 부산교구를 시작으로 마산·광주대교구·인천·전주교구, 대구대교구와 안동·대전·원주교구·수원교구 소속 사제들이 시국선언을 했다. 광주대교구는 다음달 시국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전주/박임근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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