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종교

[이사람] 일부 선승들 독선은 불교 ‘연기론’ 잘못 이해한 탓

등록 2013-09-10 19:04수정 2013-09-10 21:16

직지심경 해설서 ‘직지, 길을 가리키다’ 펴낸 이시우(76) 명예교수
직지심경 해설서 ‘직지, 길을 가리키다’ 펴낸 이시우(76) 명예교수
직지심경 해설서 ‘직지, 길을 가리키다’ 펴낸 이시우 명예교수

별 연구하다 불교에 심취해 퇴직
“세상 모든 게 주고받는 관계인데
선승들 아집에 못 알아들을 말 해”
“세상 모든 것은 주고 받음의 관계다.” 밤 하늘의 별을 보며 우주의 신비를 캐다 불교 진리 탐구의 길로 들어선 이시우(76·사진) 서울대 천체학과 명예교수는 “불교적 진리의 핵심은 연기(緣起)이며, 연기란 ‘주고 받음의 관계’다”고 간명하게 설명했다.

그가 최근 펴낸 <직지, 길을 가리키다>(민족사 펴냄)는 불교 조사들의 남긴 선어록의 정수를 고려말 백운 스님이 정리한 <직지심경>을 오늘에 맞게 풀이한 것이다. 선(禪)은 스스로 직접 마음을 보도록 이끈다. 따라서 논리나 지식이나 해설을 경계한다. 직접 마음을 보면 곧바로 그 자체로 부처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 교수의 논리적 해설서는 전통적 선불교엔 반역이다. 주위 세계와 관계를 외면한 채 오직 내면의 마음만을 보도록 하는 독불장군식 깨달음만을 지향하는 선승의 풍토에 대한 정면돌파다.

누구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선승들에 대한 그의 일침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성단(별의 집단)의 생멸을 연구하다가 불교에 심취해 정년을 5년 앞두고 불교적 깨달음을 얻고자 교수직을 조기퇴직하고 출가를 결행하려 했다. 그러나 조계종이 정한 출가 정년 연한이 넘어 여의치 않자 1999년 현 종정 진제 스님이 조실인 부산의 해운정사에서 안거에 참여했다. 그가 본 조실은 한자로 아무도 못 알아들을 소리를 혼자 했다. 또 조실이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모든 대중들이 왕처럼 큰절을 올려야 했다. 그런 풍토는 젊은 선승들에게까지 이어져 20여명의 선승 가운데 연장자인 그가 절을 할 때 답례를 한 이는 한명 뿐이었다. 무례의 일상화에 실망한 그는 두달 만에 절을 나왔다.

그는 선승의 독선과 아집과 무례를 불교를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됐다고 보았다. 독립적인 존재란 없기에 주체와 객체가 따로 없고, 모든 것은 서로 주고 받는 연기적 관계로 얽혀 있는데도 이를 오해해 자기중심적인 절대적 주체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름께나 알려진 스님들 법문을 들어보면 자기 자랑에 집착심을 부추기는 내용이 많다. 오래 살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게 불교인가. 그게 아니다.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이 동전의 양면처럼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게 하는 것이 불교다.”

유아독존적으로 자기만이 부처임을 내세우는 일부 선승들의 주장을 가차없이 내치며 그는 ‘나만이 아니라 주위의 하찮아 보이는 사람과 생명은 물론 불행과 죽음까지도 부처라는 것’을 일깨웠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