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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자네가 바로 하느님이여”

등록 2013-09-24 19:41

고진하 목사·시인
고진하 목사·시인
[휴심정] 나를 울린 이 사람
30대 초반 무렵, 나는 어느 기독교 출판사에서 잡지 편집을 하다가 해직을 당했다. 뜻하지 않은 필화 사건이 터진 것이었다. 난생처음 정보기관으로 끌려가 비인간적인 고문을 당한 뒤 직장에서 쫓겨나 낙향하고 말았다. 입에 풀칠할 대책도 없이 좌절감에 젖어 막막하게 보내던 어느 날, 한 선배가 나를 부르더니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께 데리고 갔다. ‘원주의 예수’로 알려진 장 선생님에 대해서는 풍문으로 들은 적이 있었다.

처음 뵌 선생님의 눈길은 따스했다. 잠시 후 붓과 화선지를 꺼내 묵화 한 점을 쳐서 건네주시며 선생님은 뜻깊은 한마디를 던지셨다.

“이 사람아, 자네가 바로 하느님이여!”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금세 알아듣지 못했다.

“네?”

선생님이 허리를 곧추세우며 다시 일갈하셨다.

“자네, 자네가 바로 하느님이란 말이여!”

나는 선생님이 말씀하신 그 깊은 뜻을 알아챈 뒤 가슴이 뜨거워지며 쿵쿵 뛰기 시작했다. 아, 내가 하느님이라니? 물론 선생님으로부터 이 말씀을 듣기 이전에도 성경에서 말하듯 모든 인간은 ‘신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존재라는 것, 또 동학에서 읽은 ‘인내천’ 사상 같은 것을 통해 내가 곧 하늘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그 신비한 지식을 들으니 느낌이 달랐다. 나는 이제 가슴으로 그 궁극의 신비한 지식을 껴안을 수 있었다.

하여간 그날 이후 인간과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삶의 신비로운 방향성도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선생님의 그 말씀이 곧 내가 일생을 바쳐 전할 ‘복음’의 정수라는 것도! 지금도 이따금 세상사에 지쳐 곁길을 기웃거리게 될 때, 인간과 세상에 대한 환멸로 절망하곤 할 때마다 천둥처럼 울려오는 선생님의 음성을 듣곤 한다. 이 사람아, 자네가 바로 하느님이여!

고진하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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