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곡 장수 논실마을 이사장·인문운동가
[휴심정] 나를 울린 이 사람
우여곡절 많았던 세월 속에서 인생의 고비마다 좋은 인연들을 만나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었던 나는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감수성이 무딘 편인 나에게도, 50대 초반의 느낌은 지금도 뚜렷하다.
새로운 사회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무소유 공동체의 삶을 시작하던 때였다. 당시는 교통경찰이 길가에 숨어 있다가 속도위반을 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현장에서 직접 징수(?)할 때였다. 그래서 운전을 하고 가다가 교통경찰을 보게 되면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을 때였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커브를 돌아 서 있는 그 교통경찰이 그렇게 따뜻하게 느껴져 오는 것이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아, 저 사람이 나를 살려주려고 저기에 서 있구나!’ 하는 고마움이 밀려오는 것이었다.
그즈음으로 생각되는데, 그 권력지향적이고 자기과시적인 성격을 내심 싫어하던 오래전부터 알던 정치인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지인의 결혼식에 갔다가 그 친구를 오랜만에 보게 되었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그가 속마음으로부터 받아들여지며 정말 반가웠다. 아마도 ‘저 친구가 있어서 그 진흙탕 같은 현장을 맡아주니까 내가 그래도 이런 이상을 실험할 수 있구나!’라는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그도 의례적 언사에서 벗어나 따뜻하게 대했다.
그 이후로 나는 누구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마음이 거의 사라졌다. 물론 지금도 나는 치열하게 나름대로 판단을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나름의 판단기준도 있다. 거짓과 탐욕, 독선과 광신을 미워하기도 하고, 하루빨리 사라지기를 염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사람들에 대해서는 미움보다는 연민의 감정이 일어날 때가 많다.
좀더 자유로운 인생, 좀더 따뜻한 세상을 위해 살아가는 삶 속에서 늘 잔잔한 감동을 맛보며 살고 싶다.
이남곡 장수 논실마을 이사장·인문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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