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치러진 조계종 제34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311표 가운데 179표를 얻어 당선된 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총무원장 재선
179표 얻어 보선 스님 제쳐
1994년 종단 개혁 뒤 첫 연임
“청규위원회 중심으로 쇄신”
179표 얻어 보선 스님 제쳐
1994년 종단 개혁 뒤 첫 연임
“청규위원회 중심으로 쇄신”
대한불교조계종 34대 총무원장에 현 자승(59) 스님이 재선됐다.
자승 스님은 10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311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과반인 179표를 얻어 보선 스님을 제치고, 임기 4년의 차기 원장에 선출됐다. 조계종 24개 교구본사별로 10명씩, 입법부인 중앙종회의원 81명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은 조계종단의 도덕성과 청정성 회복 등 근본적인 개혁을 기치로 내건 보선 스님보다는 쇄신 약속과 행정 능력을 내세운 자승 스님을 선택했다.
이로써 자승 스님은 1994년 조계종 종단 개혁 이후 연임하는 첫 총무원장이 됐다.
자승 스님은 종회의원과 총무부장, 종회의장 등 종단의 주요 직책을 두루 거쳤으며, 은사인 전 총무원장 정대(1937~2003) 스님이 사가에서 물려받은 유산으로 설립한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관악산 연주암 암주로서 등산객들에게 점심을 제공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은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까지 겸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신도를 둔 종교인 불교(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1072만명)를 사실상 대표하는 자리다.
자승 스님은 지난해 발생한 백양사 도박 사태 때 재임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뒤집고 선거에 출마해 논란을 빚었으나 ‘이번 임기 때 진행한 종단 쇄신을 마무리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도전해 승리했다.
자승 스님은 선거 직후 한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해 “쇄신은 인스턴트 라면처럼 3분 만에 완성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의 의식이 변해가면서 되는 것인 만큼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 (자성과 쇄신 결사 추진본부장인) 도법 스님이 청규위원회를 중심으로 쇄신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용산참사 현장과 쌍용차 해고자 등 고통받는 이들을 찾아나선 바 있던 자승 스님은 “한국불교 상구보리(깨달음을 구함)는 충실했지만 하화중생(중생을 돌봄)엔 소홀했고, 자리이타(自利利他·자신뿐 아니라 타인도 이롭게 하기 위해 불도를 닦음)라지만 자리심은 많지만 이타심은 부족했다. 앞으로 고통받고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하는 불교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선거제도에 대해선 “절집에는 선거는 없어야 하고 추대 방식이 맞다고 생각한다. 추대가 어렵다면 321명 소수의 뜻만 반영되는 지금의 간선제를 준직선제로 고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에서 경쟁한 보선 스님 등에 대해 위로를 전하며 “승가는 화합이 우선이니만큼 선거를 함께 한 후보를 비롯해 모든 분들의 의견을 소중히 새기고, 화합을 위해 만남의 자리를 다양하게 갖겠다”고 다짐했다.
보선 스님은 자승 스님에게 축하를 전하며 “다시 한국 사회와 종단발전을 위해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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