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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불한당의 시대, 공동체 희망은 노동에서 솟는다

등록 2013-10-22 18:43수정 2013-10-22 19:58

시골교회 임락경(68) 목사는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광덕3리에서 중증장애인을 비롯한 12명과 공동체를 이루어 정부 보조 없이 유기농 농사를 짓고, 된장과 간장을 만들고 양봉을 치며 살아가고 있다. 조현 기자
시골교회 임락경(68) 목사는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광덕3리에서 중증장애인을 비롯한 12명과 공동체를 이루어 정부 보조 없이 유기농 농사를 짓고, 된장과 간장을 만들고 양봉을 치며 살아가고 있다. 조현 기자
[휴심정] 땀 흘리지 않는 현대인들
불한당은 땀 안 흘리고 먹고사는 패거리들을 일컫는 말이다. 큰 나무는 작은 나무들을 그늘져 못살게 하고 크고자 한다. 힘센 맹수는 작은 동물들을 잡아먹고 산다. 힘있는 동물들은 작고 힘없는 동물들을 이기고 암컷들도 혼자 독차지한다.

약육강식이 낳은 직업차별의 역사

사람 역시 동물 같은 기질이 있어 힘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을 이기고 못살게 군다. 칼 잘 쓰고 활 잘 쏘는 사람 지배 아래 모여들어 그를 촌장이나 추장으로 내세우고 촌락을 이루고 살아왔다. 촌락끼리도 싸우고 힘센 추장이 촌락을 지배한다. 칼 잘 쓰고 활 잘 쏘면 그 장수가 나라 전체를 차지하고 군주(軍主)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말 잘 타고 활 잘 쏘아도 전술과 전략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무술이 뛰어나도 전술과 전략이 없으면 전쟁에서 지기 마련이다. 전쟁에 이기려면 어떤 선비를 쓰느냐에 따라 승패가 정해진다. 선비 잘 만나는 군주는 10만 대군을 1만명의 병사로 이길 수 있는 전술과 전략으로 승전할 수도 있다.

못된 군주가 자기의 힘만 믿고 영화만 누리고 살다 보면 머리 잘 쓰는 선비는 다른 힘있는 장수를 내세워서 나라를 뒤엎는다.

이들은 머리 잘 쓰는 사람들은 힘쓰는 사람들보다 신분을 위에 두었다. 자고로 임금 종자만이 임금을 할 수 있고 한번 머리 쓰는 시험에 합격한 종자들만 머리 쓰는 시험에 응시할 수 있고, 대대로 대우받고 힘쓰는 종자들은 역시 머리 쓰는 종자들 위에 자손 대대로 올라갈 수 없고 백성은 항상 백성이어야 한다. 백성들은 세금 내서 문관, 무관 종자들까지 모두 먹여 살려야 한다.

백성들도 백성들 나름대로 직업에 귀천이 있었다. 벼슬을 못 해도 글자 아는 선비(士), 먹을거리 생산해낸 농민(農), 쇠붙이 두들겨 농기계 만들고 전쟁 무기 만드는 공원(工), 농산물 옮겨 나르고 공산품 교환해주고 먹고살아가는 상인(商人), 합해서 사농공상(士農工商)이 있었고, 우리나라엔 노예제도는 없어졌으나 백성 대접을 못 받고 천시되어온 직업들이 있었다.

땀 흘리며 살지 않기 위해 너도나도 대학으로

직업 천시하고 무엇보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천하게 대한 정치제도 아래서 백성들은 살 수가 없었다. 조상이 한번 벼슬하면 영원한 양반이고, 한번 땀 흘려 생산하는 직업이면 영원한 상놈이 되어 양반들 발끝에 차이다 죽어도 하소연할 수 없는 세상은 망할 수밖에 없었다. 땀 안 흘리고 사는 불한당인 양반들끼리라도 정치 잘하고 백성 잘 다스렸으면 좋으련만 양반들끼리도 동서로 나누고 노소로 나누어서 싸우고 있었다. 이를 틈타서 물 건너 가까운 나라에서 칼 들고 총 들고 침략했다. 백성들은 무관이 괴롭히고 문관이 괴롭히고 그 위에 일제가 괴롭히고 세금도 더 내야 하다 보니 살 수가 없었다. 농사지어 놓으면 타작마당에서 지켜 서서 모두 다 일본으로 실어가고 대신 콩깻묵 배급 주고 지내는 정치가 있었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은 천대받고
머리 쓰는 사람만 대우받으니
모두가 땀 안 흘리는 일만
찾으려 들지만
너도나도 땀 흘려 일해야
다투지 않고 사이좋게 지낸다

이에 백성들은 힘만 쓰는 무관도 싫고 머리만 쓰는 문관도 싫고 일제는 더욱 싫어 스스로 혼자 서는 자주독립을 하게 되었다.

또 옛날처럼 땀 흘리는 직업 갖지 않고 머리 쓰는 직업 가지려고 온 국민이 머리 쓰는 쪽만 선택하게 되었고, 옛날처럼 땀 흘리는 사람들을 천하게 여겼다. 조상 대대로 땀 흘리고 천대받고, 땀 안 흘리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도 없었다. 새로운 백성이 주인 되는 정치에선 땀 흘리는 직업 갖고 천대받던 사람도 땀 안 흘리며 먹고살고 대접받는 시대가 왔으니 자녀들을 그 못된 양반 반열에 끼워 넣으려고 전 재산 없애고 피땀 흘리고 뼈 빠지게 일해 큰 학교(大學)에 넣었다.

물건 만들고 농사짓는 것이 공부

공부의 공은 쟁이 공, 장인 공, 즉 대장간에서 쇠붙이 두들기는 모루 모양을 따서 만들어진 글자다. 부란 지아비 부(夫)라지만 남편만이 아니고 사내를 말한다. 사내도 성년이 된 사내이고 일할 수 있는 사내다. 장부(丈夫), 인부(人夫), 농부(農夫)로 쓰인다. 부란 여름아비다. 여름질 하는 사내, 즉 농사짓는 사내다. 쇠붙이로 물건 만들고 농사짓는 일 하는 것이 공부다. 물건 만들고 농사짓는 일을 선조들의 경험을 토대로 정리해서 가르치려고 배움터를 만들어놓은 것이 학교다. 물건 만들고 농사짓는 법을 배워서 물건 더 잘 만들고 농사 더 잘 짓자고 세워진 학교다. 지금도 공부 ‘외운다’고 안 하고 공부‘한다’고 한다. 물건 만들고 농사짓는 것이 공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공부를 안 하고 공부를 가르치려고만 한다. 또 땀 흘려 일하기란 누구나가 하기 싫고 그늘에서 머리 쓰는 일만 하려고 한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은 천대받고 종이 되고, 머리 쓰는 사람들은 대우받고 존경받고 지배하고 군림했던 시대를 살아왔다. 지금 온 국민이 대학을 다 졸업했고 대학원도 졸업했다. 그리고 예부터 천시했던 직업을 선택하지 않고 땀 흘리지 않는 직업만 찾으려 든다. 일자리는 없고 기업주는 일할 사람 없어 외국인 불러들이고 그도 안 되어 공장도 쉬고 농장도 묵히고 있다. 너도나도 땀 흘려 일하면 다툴 일도 없고 사이좋게 지낸다. 땀 흘려 일하지 않는 사람들은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 몫을 얻어먹어야 한다. 얻어먹지 못하면 제도적으로 얻어먹어야 한다. 강제로 빼앗으면 불한당(不汗黨)이다.

내가 군에 있을 때는 군에 오기 전에 세탁일 하는 사람 나오라고 하면 몇명 나온다. 이발사, 요리사, 재봉사, 목수, 미장, 농사짓던 사람이 모두 있어 어려운 일 없이 건물도 짓고 부대 안에서 다 이루어졌다. 지금 군부대 교육 가서 파악해보면 찾기 어렵다. 군에 오기 전 컴퓨터 쳐본 사람 나오라면 모두 뛰어나온다. 우리나라 젊은이들 모두가 일은 안 하고 컴퓨터만 만지다 입대한 것이다. 이들이 제대하면 직장마다 전문적으로 컴퓨터 다루는 사람들은 1~2명이면 족하다. 나머지는 들어갈 직장이 없다. 직장마다 땀 흘려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

땀 흘리는 사람을 존경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광주와 목포 사이에 무안이 있다. 그곳은 힘만 쓰면 편안하다(武安)는 고을이다. 이곳에 인력시장이 있다. 이곳에서 아침 6시에 일용직 근로자 구하려면 모두 떠나고 없다. 언제나 모자란다. 비가 오려 하면 더 모자란다. 일당도 6만~7만원씩 준다. 모든 인력시장은 중개료가 3000원씩, 5000원씩 주는데 이곳은 중개료도 없다고 한다. 노숙자들이 이곳에 가면 언제나 일자리는 기다리고 있다. 그곳에서 일할 사람은 조건이 있다. 양파 자루, 비료 포대 30㎏짜리는 들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젊었을 때는 쌀가마니가 80㎏이었다. 혼자서 둘러메고 다녔고, 지고 다녔다. 지금 40대는 쌀가마니가 40㎏이고 20대는 20㎏, 10대는 10㎏이 되었다. 사람은 10대부터 무거운 것을 들어보면 점점 더 무거운 것을 들 수 있고 자세가 무의식중에 잡히고 자연스럽게 허리에 힘이 들어가면서 체력조절이 잘된다.

임락경 목사(강원도 화천 시골교회)
임락경 목사(강원도 화천 시골교회)
인터넷과 스마트폰밖에 할 줄 몰라 갈 곳이 없어 노동자도 못 되고 노숙자가 된 이들이 많이 있다. 땀 흘려 일하지 않는 교육기관이 우리나라에 너무나 많이 있다. 땀 흘려 일하는 교육기관이 없는 것이 큰 잘못이다. 이미 땀 흘리지 않고 성장해온 젊은이들은 조금씩 조금씩 땀 흘리고 무거운 물건 드는 연습 해서 체력 정리하고, 이미 늙어가는 이들은 땀 흘리는 사람 존경하고 부러워하고 미안해하면서 후학도는 그렇게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

임락경 목사(강원도 화천 시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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