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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

등록 2013-10-29 19:39

이정배 감신대 교수
이정배 감신대 교수
[종교의 창] 열린 눈 트인 귀
세계 기독교인의 축제이자 정책협의회인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는 에큐메니컬 교육을 받았던 우리들에겐 로망이자 자부심이다. 세계 교회가 교회 자체에 대한 관심을 넘어 빈부 격차, 이념, 종교 간 갈등, 전쟁, 환경 문제 등에 깊이 관심을 가졌고 그것을 신학적 주제로 수용했으며 교회의 사명(선교)이라 여긴 까닭이다. 이번 총회 주제가 ‘생명의 하느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인 것도 바로 이를 적시한다. 부산총회의 개막이 목전인 지금도 하느님을 성서와 교회 안에 가두려는 일부 보수기독교파에 의해 거부되고 있으나 그럴수록 우리는 더블유시시의 본정신이 훼손될 것을 깊이 우려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더블유시시의 의미는 세가지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세계 교회가 한국이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분단 이데올로기로 고통받는 남북한 현실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계기다. 세계사의 비극적 결과인 분단을, 외세가 아닌 남북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세계 교회가 마음을 합해 돕는 것은 지당한 일일 것이다. 그동안 더블유시시가 축적해왔던 유럽 내 공산권과의 대화 경험은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데올로기로 엮인 국가들이 종교, 문화(언어)로 재편되는 지난한 과정도 배워야 할 점이다.

다음으로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이 20세기 신학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던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전’(JPIC) 대회 개최국이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부각되었으면 한다. 1990년 당시 공의회 형태로 소집된 제이피아이시 대회가 서울에서 열린 것은 세계의 문제가 이곳에 집약되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분배 문제의 과도한 불균형, 전쟁무기의 과다 보유, 자연 생태계의 급속한 파괴는 세계 차원의 문제인데, 그 모습을 한국에서 여실히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이피아이시를 발의한 공로로 명예신학박사 학위를 받는 자리에서 폰 바이츠제커 박사가 남긴 말은 한국 기독교인들이 크게 숙고할 주제가 되었다. “제이피아이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기독교 정신(구원)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세계 교회가 이곳 대한민국이 유불선을 비롯한 동아시아 종교들이 기독교와 공존할 뿐 아니라 협력했던 역사적 공간임을 숙지하고 탈식민주의적 기독교 해석에 더욱 개방적일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유교문화권인 중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자리하는 추세에 본고장보다 유교를 창조적으로 발전·계승시킨 개최지 한국의 의미가 결코 작지 않음을 세계 교회는 인지할 필요가 있다. 종교개혁 이후 500년의 역사를 지닌 서구 개신교의 공과가 여실히 밝혀지는 현실에서 적어도 또다른 500년 개신교 역사는 이 땅의 풍부한 종교적 풍토에서 달리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도 전혀 낯선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해마다 13억의 인구가 한류에 열광하는 시대 징조를 이 땅의 기독교인들이 주목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10차 더블유시시 부산총회가 막을 열었다. 세계 기독교인의 축제이긴 하나 원효의 ‘여언이취, 득의이언’(말로 취하면 모든 것이 다르나 뜻을 취하면 같지 않은 것이 없다)이란 말처럼 정의와 평화를 위해 우리는 겉으론 다를지라도 ‘뜻’으로 같아지는 열린 삶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로써 생명의 하느님이 가치다원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새로운 보편적 존재로 다가온다면 엄청난 세금으로 치러지는 이번 대회가 이 땅의 사람 모두에게 축복이 될 것이다.

이정배 감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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