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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추기경 봉직했던 성당 앞은 ‘5월 광장’

등록 2014-02-18 19:47수정 2014-02-18 21:36

부에노스아이레스의 ‘5월의 광장’과 그 건너편에 자리 잡은 대성당(맨 왼쪽 건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5월의 광장’과 그 건너편에 자리 잡은 대성당(맨 왼쪽 건물).
[종교의 창] 프란치스코 교황이 머물던 자리
프란치스코 교황이 머문 곳들을 통해 그의 행동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을까.

먼저 찾은 곳은 그가 태어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시 플로레스구 빌바우마을이다. 한인촌과 가까운 전형적인 서민 주택가다. 그의 아버지가 이탈리아에서 배를 타고 6개월 만에 도착해 철도 노동자로 살며 그를 낳고 기른 곳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태어난 20세기 초 부에노스아이레스엔 원거주민보다 이민자 가 더 많았다. 그 가운데도 플로레스는 가장 가난한 동네였다. 사제가 되기 전 이곳에서 다양한 세상에서 온 사람들과 어울리며 청소부, 술집 문지기 등 밑바닥 삶을 경험했다. 플로레스는 빈자와 난민, 이민자 등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키우는 교육장이었던 셈이다.

이어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를 관통하는 지하철 파란선을 타고 도착한 곳은 도시 심장부 ‘5월의 광장’이다. 광장 한쪽엔 대통령궁이 있고, 다른 한쪽엔 대성당이 있다. 아르헨티나와 칠레, 페루를 스페인 제국으로부터 해방시킨 산마르틴 장군의 무덤이 있는 성당이다. 프란치스코가 교황이 되기 전 추기경으로 머물렀던 성당 입구엔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형 사진이 세워져 있다.

이 성당에서 프란치스코가 내려다보았을 5월의 광장은 아르헨티나 민주화의 성지다. 1976~83년 이 나라 양심 세력 3만여명이 군부독재정권에 의해 ‘공산주의자’로 몰려 살해되거나 실종됐다. 이른바 ‘더러운 전쟁’이라고 불린 시기다.

독재자 비델라는 반정부 인사들 가운데 임신한 여성들에게 족쇄를 채운 채 출산하게 했고, 출산 뒤 여성들은 군용기에 실어 바다에 산 채로 던져 살해하고, 아이들은 친정부 인사들에게 입양시켜 키웠다. 이 5월의 광장은 실종된 자녀와 손자·손녀를 잃은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30여년째 매주 목요일 머리에 흰 수건을 쓰고 모여 저항 가수 메르세데스 소사와 레온 히에코의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곳이다. 탑 주변에 그 어머니들을 상징하는 수건들이 그려져 있다.

이 5월의 어머니들은 1997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시절 로마 교황청의 최고 실력자 중 한명으로 전세계 가톨릭교회의 교육 책임자인 교육위원장이던 피오 라기 추기경을 이탈리아 법무부에 고소하기도 했다. 그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와 결탁해 사제들과 노조지도자들, 정치인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납치·고문·살해하는 데 가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어머니들은 자신들의 고발을 입증할 아르헨티나의 주교와 사제, 수도원장의 증언을 담아 이탈리아에 보냈다.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성당에 머물던 2011년 독재자 비델라는 당시 86살로 50년형을 선고받았다. 또 최근엔 군사독재정권에 협력한 전직 판사와 검사들의 사면권을 없애고 그들의 반인권 범죄 혐의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교황이 되기 전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군부독재에 의해 암살된 사제인 카를로스 데 디오스 무리아스(1945~1976) 신부 등 3명을 성자로 추대하기 위한 시성 청원을 승인한 바 있다.

글·사진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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