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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정신이상과 정상, 절대기준 존재할까요

등록 2014-03-19 19:18수정 2014-03-19 22:17

주혜주 교수
주혜주 교수
‘마음 극장’ 펴낸 주혜주 교수
정신과 간호사 18년, 교수 18년
환자들 보며 느낀 마음읽기 그려
“혹시 커피나 알코올 중독 없나요?
정신상담은 사람 더 이해 위한 것”
“정신과 병동은 생각만 해도 두렵다고요? 거기 입원한 사람들은 우리와는 다르고 잘못된 인간들이라고요? 나도 조(울)증이 좀 있는데요. 당신은 커피나 알코올 중독 없으세요. 좁은 공간에 들어가면 답답한 공황장애는 없으세요. 망상은요?”

최근 <마음 극장>(인물과사상사 펴냄)을 펴낸 주혜주(60·사진) 교수는 마치 정신과병동 환자들의 ‘무죄’를 적극 변론하는 변호인처럼 보였다. 그는 서울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18년동안 서울대병원 정신과병동에서 간호사로, 그것도 16년간 수간호사로 일하면서 정신과 환자들을 가장 가깝게 지켜본 산증인이다. 모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 18년간은 경인여대에서 후학들에게 ‘정신간호’를 가르쳐왔다.

책의 제목 ‘마음 극장’은 ‘정신과 병동’을 뜻하는 말이다. 그곳엔 물론 그가 변호해주고 싶은 환자들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언젠가는 정통으로 얼굴을 때려 수간호사 체면도 잃은채 외진 치료실 작은 방에서 온종일 울게 만든 조울증 환자도 있었다. 100㎏이 넘는 중년 남성 환자가 작은 환기통을 통해 도주하는 바람에 기겁을 한 적도 있었다.

“호텔같은 좋은 시설에, 미모의 간호사들이 최고의 간호를 해주도, 온갖 오락치료로 웃겨주는데 왜 집에 가려고만 하는 걸까?” 그도 처음엔 환자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80년대초 싱가포르로 연수를 갔던 그는 불과 두 달 만에 김치찌개가 아니면 음식을 거들떠 보기도 싫고, 하늘에 떠가는 비행기만 봐도 눈물이 나왔다. 그때 그는 “누구나 집에 돌아가고 싶은 게 정상”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게 비정상적으로 보이던 환자들의 마음이 그의 마음 극장 속으로 쏙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그뒤부터 그는 많이 달라졌다. “왜 나처럼 정신 멀쩡한 사람을 가둬놓느냐”며 난동을 부리던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어느날 퇴근길에 또 대들자 그는 “가방을 든 여인을 세 글자로 줄이면 뭔지 아세요?”라고 물었다. 의아해하는 환자는 그가 “빽든 년!”이라고 말해주자,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떨어뜨릴 정도로 웃더니 곧 순한 양이 되었다.

그는 “정상과 비정상의 절대적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신 상태에 대한 진단은 한 사람을 좀더 잘 이해하고, 그가 지닌 잠재력을 발휘하는데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주 교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산하 교육훈련원 원장 이근복 목사의 부인이다. 이 목사는 1970~80년대 산업선교회에서 노동자 목회를 하는 등 평생 ‘돈 안되고 고생스런 일’만 사서 해온 사람이다. 새문안교회 대학부에서 만나 결혼한 뒤, ‘가정 경제는 내가 책임질 테니 당신은 할 일을 하라’고 제안한 건 바로 주 교수였다. “70~80년대 열심히 살다가 방향을 바꾼 분들이 많은데, 조용히 변치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남편이 감사하죠.”

지난 14일 서울 종로5가 연동교회 다사랑에서 열린 출판기념 토크 콘서트에서 대담자가 “나에게 있어서 ‘정신 간호’란?”이라고 묻자 주 교수는 “또 하나의 이근복이다”고 답했다. ‘내 삶을 충만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에 어른이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우리가 어른이 되어주자며 남편에게 속삭이는 주 교수의 <마음 극장>에서 많은 이들이 치유의 길을 발견하고 있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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