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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전능한 신이 ‘불량품’을 만들었을까

등록 2014-04-01 19:36

오강남 ‘종교너머, 아하!’ 이사장
오강남 ‘종교너머, 아하!’ 이사장
오강남 교수의 아하!
요즘 영화 <노아>가 상영 중이다.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에서 받드는 성경에 나오는 ‘노아’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잡은 영화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 중에는 이 영화가 성경에 나오는 것과는 달리, 너무나도 황당한 이야기라 관람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는 황당하지 않은가?

성경 <창세기>에 의하면 신이 인간을 만들고 나서 얼마를 지나자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하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되자 신은 “땅 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한탄”하고, 사람들을 물로 지면에서 쓸어버리기로 했다. 오로지 “의인이요 당대에 완전한 자” 노아와 그 가족만을 살리겠다고 그에게 ‘방주’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1980년대 말 모토롤라에서 시작된 기업 경영 전략으로 ‘식스 시그마’(six σ)라는 것이 있었다. 한때 제너럴일렉트릭(GE),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소니에서도 채택하고 한국에서 삼성, 엘지(LG), 한국중공업 등에서도 도입했던 품질 혁신 전략이다. 이 전략에 의하면 제품을 만들 때 불량품 수, 혹은 결함 발생 수를 제품 100만개당 3.4개 이하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불량품이 0.00000034% 이하로 한다는 이야기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완화되었다고 하지만 아무리 후하게 잡아도 어느 제품 회사든 불량품이 1% 이상 나오는 것은 허용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성경에 나오는 홍수 이야기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어떻게 되는가? 의인 노아의 식구 여덟명만 살리고 그 당시 전 인류를 다 불량품으로 폐기처분한 셈이다. 말하자면 전지전능(全知全能)한 신이 만든 인간들 중에 거의 다가 불량품이었다는 뜻이다. 어찌하여 전지전능하다는 신이 인간을 만들었는데 불량품이 0.01%가 아니라 거꾸로 99.99%란 말인가. 어찌하여 전지전능하다는 신이 사람을 만들었을 때 사람들이 이렇게 악하게 될 줄도 모르고 만들었다는 말인가? 이건 ‘전지’도 아니고 ‘전능’도 아닌 것 아닌가?

또 성경에 의하면, 세상이 끝날 때 신은 사람들을 심판해서 착한 사람은 하늘나라에 보내고 악한 사람은 지옥으로 보낸다고 한다. 역사적으로나 지금 세상 형편 돌아가는 것을 볼 때 틀림없이 지옥에 들어갈 사람들이 하늘나라에 들어갈 사람보다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말하자면 최후심판이란 최종 품질검사 단계인 셈인데, 이때도 합격품보다 불합격품이 절대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더욱이 신이 자기 실수 때문에 생긴 불량품들을 지옥에 던지고 영영세세토록 그 속에서 지글지글 타고 있으라고 한다니, 그런 신은 도대체 어떤 신인가?

생각해보라. 우리가 이런 신을 참된 신으로 받들 수 있겠는가? 인지가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에 인간이 만들어낸 이런 ‘불량품 신관’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고역임에 틀림이 없다. 오늘 우리가 마음을 다해 받들 수 있는 신은 어떤 신이어야 할까?

오강남 종교너머, 아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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