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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요즘 결기 있는 인물 찾아보기 어렵다”

등록 2014-04-02 19:26수정 2014-04-02 22:18

민족종교협의회장 복귀 한양원씨
민족종교협의회장 복귀 한양원씨
민족종교협의회장 복귀 한양원씨
아흔에도 교통사고 뒤 기적 회복
갱정유도회 도정…현대사 산증인
“강대국에 미래 맡기면 결국 먹잇감”
올해 아흔 한살인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사진) 회장이 최근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에 빠지는 고비를 넘기고 ‘민족 종교의 수장’으로 복귀했다.

한 회장은 지난해 11월말 서울 망우동에서 승차를 거부한 택시에서 다시 내리다가 오른쪽 대퇴부 골절의 중상을 입었다. 그의 가방이 문에 끼인 줄 모른 채 택시가 출발해버벼 한참을 끌려간 아찔한 사고였다. 지병인 당뇨 수치가 높아 즉각 수술을 받지 못한 그는 다리를 절단할 뻔 했으나 며칠 뒤 수치가 안정돼 수술을 할 수 있었다. 의식불명 상태에서 이틀 만에 깨어난 그는 2주간 중환자실을 거쳐 3개월가량 입원 치료를 해야 했다.

지난달 27일 그는 언제나처럼 검은 갓에 흰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나타났다. 특유의 차림에 논리정연한 말투와 유머로 늘 좌중을 압도하는 그는 “이번엔 꼼짝 없이 다시 세상 구경 못하는 줄 알았다”면서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지난 2012년 10월에도 7대 종단 지도자들이 함께 떠난 중국 유교의 성지순례 때 숙소 목욕탕에서 넘어져 골반이 금가는 부상을 입고도 곧 회복하는 노익장을 과시했었다.

그는 1950년대부터 서울에 올라와 ‘우리 시대 마지막 선비’로 꼽혔던 성균관대 설립자 심산 김창숙(1979~62) 선생을 모시며 현대사의 숱한 인물들을 만났다. 조병옥, 장택상 같은 당대 정치인들로부터 요정에서 술도 많이 얻어 마셨다는 그는 숱한 일화를 간직한 야사의 증인인 셈이다.

민족종교인 ‘갱정유도회’ 도정이기도 한 그는 종교 지도자로서, 천주교의 노기남 대주교·김수환 추기경, 불교의 효봉·청담·경봉 스님, 개신교의 강신명·한경직 목사 등 수많은 인물들과 교분을 쌓아왔다. 그는 “한 목사가 정치적 인물이었다면 새문안교회 강 목사는 진심으로 존경할만한 어른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요즘엔 ‘심산과 같은 결기 있는 큰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자신이 목격한 일화도 몇 가지 소개했다.

“삼성이 아주 오래 전부터 600년 전통을 가진 성균관대를 탐냈는데, 하루는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의 형 이병갑 사장이 심산을 찾아와서는 봉투를 하나 건넸다. 심산은 비서인 윤종(윤봉길 의사의 아들)에게 ‘봉투에 뭐가 들었는지 보라’ 하더니 ‘5억원 수표가 들어있다’고 하자 침을 뱉어 던지며, ‘이러면 내가 성균관대를 어서 가져가라고 내놓을 줄 알았느냐’고 호통을 쳤다.” “심산은 일제 때 독립운동을 하다 끌려가서도 전혀 타협하지 않아 고문 후유증으로 앉은뱅이가 되는 바람에 우리가 업고 다녀야 했다. 선생은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과 밀약을 통해 우리 전통을 말살하고 기독교 국가를 만들려 하고, 독재를 한다며 늘 호되게 비판했다.”

젊은 시절 통일교 문선명 교주에게 주역을 가르치기도 한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과 관련해 “주역의 괘로는 한반도 통일이 가까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냉전이 끝나고도 남북한만 갈라져 있는데, 여전히 강대국의 이해에 우리의 미래를 맡겨버리면 끝내 그들의 먹잇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전통서당문화진흥회 이사장으로서, 오는 5~6일 전북 남원시 사랑의광장에서 ‘제13회 전국서당문화 한마당대회’를 통해 강경(옛 경전 읽기)·한시·서예 등의 실력을 겨루는 전통의 향연을 연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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