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성안 스님
팔만대장경 보전·관리에 힘써
"내가 죽으면 목판 하나 사서 같이 태워달라."
지난 27일 교통사고로 입적한 해인사 성안 스님이 생전에 팔만대장경 연구원 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한 말이다.
'팔만대장경 지킴이'로 불리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자 국보(32호)인 팔만대장경을 최일선에서 지키던 성안 스님이 지난 27일 오후 88고속도로에서 빗길 교통사고로 입적했다. 세수 47세, 법랍 20세.
1967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난 성안 스님은 1993년 해인사에서 원명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행자 시절 장경판전(팔만대장경 보관 장소)을 지키던 관후 스님 방을 청소하면서 대장경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79개국을 돌며 세계문화유산을 두루 살핀 일, 승가대학 수학 당시 이태녕 서울대 명예교수 등 대장경 연구학자들을 거들며 지식을 쌓은 일은 성안스님이 '팔만대장경 지킴이'의 길을 걷게 한 계기가 됐다.
성안 스님은 2010년 해인사 팔만대장경 보존국장을 맡으면서 대장경 보존·관리에 본격적으로 힘을 쏟았다.
장경판전을 수시로 출입해 팔만대장경을 어느 때고 살필 수 있는 사람은 성안 스님이 유일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해인사 팔만대장경 연구원에서 오전 9시부터 밤늦게까지 연구에 골몰하기 일쑤였다.
성안 스님은 2011년과 2013년 해인사에서 열린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을 통해 대장경의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는 데도 공을 들였다.
생전 언론 인터뷰 등에서 "팔만대장경을 지금까지 잘 보존해온 것도 기적에 가깝지만 1천년 뒤 후손들에게도 온전히 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존 중요성을 수차례 역설했다.
대장경판 보존 예산이 부족한 것을 안타까워한 스님은 4천명의 회원이 월 5천원의 회비를 내는 '대장경보존회'를 만들기도 했다.
'능동적으로 자기계발을 계속해서 전문가가 돼야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며 최근 동아대 대학원에서 대장경 관련 박사과정을 밟는 등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해인사 팔만대장경 연구원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은 "스님이 나중에 내가 죽으면 목판을 하나 사서 같이 태워달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며 대장경 보존과 연구를 위해 아직 할 일이 많은 스님이 타계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성안스님 영결식과 다비식은 오는 5월 1일 해인사 연화대에서 엄수된다.
(합천=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