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소시스트’의 한 장면
방한 앞둔 프란치스코, 퇴마에 관심
신부들 기도로 신도들 치유한 경험
한국 천주교는 공식 인정 하지 않아
신부들 기도로 신도들 치유한 경험
한국 천주교는 공식 인정 하지 않아
서울 관악구에 있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성령 쇄신 봉사회’에는 “악령에 들렸다”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며 도움을 청하러 오는 이들이 있다. 봉사회가 여는 성령기도회에는 악령을 쫓아내는 ‘구마(驅魔) 기도’가 포함돼 있다. 봉사회 관계자는 9일 “의학적 문제인지, 악령에 의한 것인지를 식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단 병원에서 진단을 받으라고 안내한다”면서도 “기도회를 통해 증상이 개선되는 일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다음달 방한을 앞둔 프란치스코 교황이 ‘퇴마’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문제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 때문인지 교황청은 지난 3일 세계 30개 나라 250명의 사제가 모인 ‘국제 퇴마사협회’를 공식 기구로 인정하기도 했다.
한국 천주교계는 퇴마사, 즉 ‘엑소시스트’를 악마를 쫓아낸다는 뜻으로 ‘구마 사제’라고 부른다. 하지만 국제퇴마사협회에 가입한 한국 사제는 없다. 성령쇄신봉사회 쪽은 “(우리가 하는) 기도회는 교황청이 인증한 ‘구마 의식서’에 따른 구마와는 다르다. 한국 천주교는 구마 직분을 사제들에게 주지 않는다. 따라서 구마 사제도 없다”고 했다. 교황청이 인준한 구마 의식은 기본적으로 라틴어를 쓴다.
그러나 한국 신자들 사이에는 구마로 이름난 사제들이 있다. 구마 기도법을 일러주는 <희망기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방법>이라는 책을 낸 최봉도 신부의 피정에는 정원의 두배 가까운 대기자가 몰린다고 한다. 피정을 주관하는 인천의 한 수도회 소속 인사는 “하반기에 75명 정원으로 세차례 피정을 하는데 정원만큼의 대기자가 있고, 지금도 문의가 계속 온다”고 했다.
충북 진천 배티성지의 김웅열 주임신부 등이 집전한 미사에 참여해 치유를 경험했다는 이도 많다. 다른 신부가 집전하는 성령기도회에 참석했다는 ㅈ(34)씨는 “모든 병이나 마음의 문제를 악령의 탓으로 보지는 않지만 구마 기도를 통해 도움을 받는 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상봉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주간은 “구마 의식이 자칫 인간이 가진 공포에 기댄 선교로 변질될 수 있어 교회 입장에서는 구마를 배제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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