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삶을 생각하라 호소
오바마·반기문도 “휴전해야”
오바마·반기문도 “휴전해야”
“멈추라. 제발 멈추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27일(현지시각) 무고한 어린 생명을 앗아가고 있는 중동의 전쟁을 즉각 멈추라고 호소했다. 그의 간절한 기원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서고, 이 가운데 80%가 어린이 등 민간인인 것으로 집계된 상황에서 나왔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을 가득 메운 신자와 순례자 앞에서 삼종기도를 하면서 “나의 온 가슴으로 여러분에게 간구한다. (전쟁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 말을 하면서 그는 손을 가슴에 댔다가 뻗으며 형형한 눈빛으로 신자들을 바라봤다. 그는 “나는 오늘 위기에 처한 세 지역을 떠올리고 있다”며 중동과 더불어 이라크, 우크라이나를 거명했다.
교황은 무엇보다 어린이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자고 당부했다. 그는 “형제자매여, 절대로 더 이상의 전쟁은 안 된다. 나는 귀한 삶과 미래의 희망을 빼앗긴 아이들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앗아간 아이들의 삶을 하나하나 예시했다. “목숨을 잃은 아이, 다친 아이, 불구가 된 아이, 고아가 된 아이, 전쟁의 잔해가 장난감이 돼버린 아이, 더 이상 미소짓지 못하는 아이를 나는 생각한다.” 각각의 유형을 거론할 때마다 그는 손으로 바닥을 두드렸고, ‘고아’라는 단어를 말할 때는 목소리가 갈라졌다.
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그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전쟁에선 모든 것을 잃어버리지만, 평화 속에선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하자”고 거듭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인도주의적 휴전이 시급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유엔이 제안한 24시간 휴전 연장안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주말인 26일 12시간 동안 교전을 멈췄으나, 24시간 휴전 연장안을 두고 이스라엘이 수용 방침을 철회해 포성이 멈추지 않고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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