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잠긴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13일 서울로 향하던 전세기 안에서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로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폭탄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터져 <에이피>(AP) 통신의 이탈리아 출신 기자와 팔레스타인 사람 5명이 숨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 이날 숨진 <에이피>통신 기자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뒤 사망이 확인된 첫 외신 기자다. AP 연합뉴스
전세기에서의 11시간30분은
평화·전쟁 피해자 위한 기도 계속
여기자들 요청에 함께 사진 찍기도
평화·전쟁 피해자 위한 기도 계속
여기자들 요청에 함께 사진 찍기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세기에서 11시간30분을 보내고 한국 땅을 밟았다. 교황은 전세기 안에서도 세계 평화와 전쟁 희생자를 위한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교황은 전세기가 1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의 피우미치노 공항을 이륙한 지 40분 만에 동승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교황을 상징하는 흰색 수단을 입은 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세계 각국에서 모인 70여명의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교황은 먼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취재 도중 숨진 사진기자를 떠올렸다. 그는 “이탈리아 사진기자가 오늘 가자지구에서 취재 중 숨졌다”며 “이는 전쟁의 결과”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침묵 속에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교황과 기자단은 30초가량 고개를 숙이고 손을 모아 기도했다.
교황은 이어 기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그는 “여러분이 쓰는 기사가 사람들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고 각성하게 한다”고 했다. 또 “세계가 평화로울 수 있도록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한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방한 결과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히고, “(선지자) 다니엘이 사자굴에 던져졌듯이 (여러분에게) 돌아오겠다”며 웃었다.
교황은 따뜻하게 기자들을 대했다. 스마트폰으로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는 일부 여기자들의 요청에도 흔쾌히 응했다. 친분이 있는 기자와 인사할 때는 친구를 만난 듯 꼭 껴안았다. 한국 기자들에겐 “글래드 투 미트 유”(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영어로 인사를 건넸다. <아에프페>(AFP) 통신의 교황청 출입기자 장루이 드 라 베시에르는 “다소 수줍은 성격이었던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좀더 적극적으로 기자들을 대한다”고 말했다.
기자들과 30분간 인사를 나눈 뒤 교황은 좌석으로 돌아갔다. 교황이 자리잡은 비즈니스석에는 이날 저녁식사가 끝난 뒤 8시께 불이 꺼지고 커튼이 쳐졌다. 이후 전세기는 크로아티아와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벨라루스, 러시아, 몽골, 중국 등 10개 나라의 영공 9545㎞를 날아 한국에 도착했다. 교황은 13일 저녁과 14일 아침 모두 수행단·기자단과 동일한 이탈리아식 메뉴로 식사를 했다.
손원제 기자, 연합뉴스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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