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로 숨진 단원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가운데)씨와 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오른쪽)씨가 14일 오후 대전 유성구 봉명동 유성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작은 음악회-길 위에서’ 행사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이 음악회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 800㎞ 도보순례의 마무리를 기념해 열렸다. 대전/김명진 <한겨레21>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내일 교황 만나는 세월호 유족들
“이 십자가엔 시민들의 바람도 담겨
아이들이 하느님 말씀 듣게
교황이 서재에 십자가 둬주시길
팽목항 바닷물 교황 정원에 뿌려
걸으실 때마다 묵상해주셨으면”
“이 십자가엔 시민들의 바람도 담겨
아이들이 하느님 말씀 듣게
교황이 서재에 십자가 둬주시길
팽목항 바닷물 교황 정원에 뿌려
걸으실 때마다 묵상해주셨으면”
세월호 참사로 막내아들을 잃은 두 아버지가 38일간 십자가를 메고 800㎞(2000리)를 걸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다. 단원고 2학년 8반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56)씨와 2학년 4반 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52)씨는 14일 오전 9시 최종 목적지인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도착했다.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참석해 교황을 만나기 위해서다.
이씨는 14일 <한겨레21>과 만나 “(세월호) 사고 이후 느끼지 못한 설렘으로 잠 못 든다”고 말했다. 김씨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두 아버지가 단원고를 떠날 때만 해도 교황과의 만남은 물론 대전 미사 참석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이 도보순례를 떠났다는 소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자 자발적 동행자가 갈수록 늘어났다. 광주광역시를 지날 때는 500명이 훌쩍 넘었다.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도 유가족 순례단을 적극 후원하면서 두 아버지의 15일 대전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참석이 확정됐다. 또 교황은 이날 미사를 시작하기 전 제의실에서 두 아버지를 포함해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11명을 따로 만나기로 결정했다.
두 아버지는 짊어지고 걸어온 길이 130㎝, 무게 6㎏의 나무십자가와 세월호 사고 현장의 바닷물을 교황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이씨는 “십자가와 바닷물에는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혼과 고통, 시민의 바람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들을 전달하며 그는 교황에게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십자가를 교황의 서재에 두어 아이들이 하느님 말씀을 들을 수 있었으면 한다. 바닷물은 교황의 정원에 뿌려져 그곳을 한발 한발 걸을 때마다 묵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성경에 ‘나자로의 부활’이라는 대목이 있다. 예수가 나자로의 죽음을 보고 돌에 막혀 있는 무덤 앞에서 ‘나자로야 나오너라’라고 하면 나자로가 걸어 나온다는 내용이다. 현재 (세월호) 유가족은 정치인과 언론이라는 돌에 막혀 있는 느낌이다. 그것을 치울 수 있도록 한 말씀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7월8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를 출발한 두 아버지는 충남과 전북, 전남을 거쳐 21일 만인 7월28일 진도 팽목항에 다다랐다. 다음날인 29일 팽목항에 머물며 사고 현장을 찾아가 바닷물을 플라스틱병에 담았다. 그리고 30일부터 다시 하루 20~30㎞씩 걸어 16일 만에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도착했다. 순례단은 길을 나선 이유를 4개의 깃발에 담았다. “하루속히 가족 품으로” “특별법 제정, 진상 규명” “잊지 말아주세요, 기도해주세요” “기도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함께”. 팽목항으로 내려갈 때는 경기·충남·전북·전남 등 각 도를 넘을 때마다 깃발이 늘어났다. 그리고 팽목항에서 올라올 때는 ‘교황님, 별이 된 304명을 잊지 말아주세요’라는 글귀를 더했다.
정은주 <한겨레21> 기자 ejung@hani.co.kr
세월호 십자가 순례 마친 웅기 아빠 “약속되지 않은 이별에서 오는 고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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