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현 신부(45)
작사·작곡한 이용현 신부
“다른 곡 준비하다 바뀌어
벅찬 감동 말로 표현 안돼”
“다른 곡 준비하다 바뀌어
벅찬 감동 말로 표현 안돼”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 온 세상 정의와 평화의 수호자~ /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 힘없고 가난한 이들의 위로자~’
지난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충남 당진 아시아청년대회장에 입장하는 순간 ‘교황 환영곡’이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 이 곡을 작사·작곡한 이용현(45·사진) 신부는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 바로 앞에서 직접 노래를 불렀다. 교황은 행사가 끝나고 퇴장할 때 성가대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중독성 강한 이 노래는 교황이 한국을 떠난 뒤에도 짙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서울대교구 성령쇄신봉사회에서 청년담당 사목을 하는 이 신부를 지난 29일 서울 도림동성당에서 만났다. “평생 이런 기회가 또 오겠습니까. 제가 만든 노래를 교황님 앞에서 직접 부르다니…. 가슴 벅찬 감동과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지만 눈물 흘릴 겨를도 없었죠.”
평소 생활성가를 많이 만들어온 이 신부는 교황 방한 소식을 듣고 무작정 환영곡을 만들어 에스엔에스(SNS)에 올렸다. 이를 보고 대회 주최 쪽에서 연락이 왔다. 행사 당일 현장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같이 리허설 한 번으로 호흡을 맞춰보고 곧바로 교황을 맞았다. “역사는 그렇게 이뤄지는 것 같아요. 원래는 다른 곡을 준비하다가 제 노래로 바뀌는 바람에 한데 모여 연습할 기회가 없었거든요.”
이 신부는 지난해 7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가톨릭청년대회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3번이나 본 경험을 살려 환영곡을 만들었다. “전문가들 눈에는 제 노래가 부족한 점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함께 부르는 노래는 인간적 기교를 최대한 배제해야 합니다. 기교가 아니라 어우러짐을 통해 하느님께 다가갈 수 있거든요.”
1988년 신학교 입학해 노래를 만들기 시작한 그는 지금껏 1000여곡을 작곡했고, 요즘도 일주일에 2~3곡은 만들어 공개한다. 90년대 중반 이후 성당 주일학교를 다닌 신자들이라면 데뷔작 ‘늘 그렇게’를 비롯해 그가 만든 노래를 듣고 부르며 자랐을 정도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그가 수많은 노래를 척척 만들어내는 것은 클래식 기타 학원을 운영했던 어머니 덕분이다. 그는 피아노, 색소폰, 첼로, 드럼을 비롯해 다룰 줄 아는 악기 종류가 23가지나 된다.
그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래도 만들었지만 녹음은 하지 않았다.노래를 들을 때마다 아픔이 더 커질 것 같아서다. 그가 음악을 하는 목적은 하느님에 대한 찬양만이 아니다. ‘그들만의 잔치’로 그치는 종교가 아니라 참여 안에서 사람들을 희망으로 이끌기 위함이다.
“‘예수천당 불신지옥’ 같은 공격적 선교가 아니라 들음을 통해 사람들이 삶의 본질을 깨닫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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