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지난 2일 정기총회를 열어 “세월호 참사 조사권과 기소권을 국가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며 깊은 우려와 유감을 나타냈다. 지난 8월27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국가에 위임한 자연권일 뿐…교통사고도 피해자 참여 보장”
박창신 신부 출석 요구 관련 “선거부정 개입 비판 희석 의도”
박창신 신부 출석 요구 관련 “선거부정 개입 비판 희석 의도”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위원장 이용훈 주교)는 3일 “정치권의 공방으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나타내며, 국가가 조사권과 기소권 독점을 고집할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평위는 지난 2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정기회의를 열고 이런 입장을 정했다.
정평위는 “절망에 빠진 유가족의 고통을 어루만지고 책임을 다하기보다는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인간적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처럼 정치권은 금전보상이라는 물리적 해법 이전에 먼저 그들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애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평위는 “조사권과 기소권 독점은 원래 국가의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자연권에 속한 것을 국가가 대신할 뿐”이라며 “교통사고도 피해자의 참여가 보장되어 있는데, 세월호 참사는 국정 최고책임자가 국가개조를 언급할 만큼 국가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했다는 점에서 국가가 조사와 기소의 독점을 고집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평위는 이와 관련해 한시적인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유가족들의 진상규명 활동을 지원하고 참사에 대한 진실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려나가기로 결정했다.
정평위는 또 전북경찰청이 지난해 11월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의 강론과 관련해 박창신 신부에게 출석 요구를 한 것에도 우려를 표명하면서 “앞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여러 가지 방식으로 공동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평위는 이와 관련해 “사제의 강론에 안보 논리와 종북의 칼을 들이대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넘어 사제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며 “이번 출석 요구는 지난 대선 기간에 일어난 국가권력기관들의 총체적이며 조직적인 선거 부정개입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희석시키고 억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평위는 “박 신부의 강론에 대한 언론과 정치권의 반응은 핵심 내용과 맥락을 무시한 침소봉대였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시민의 저항과 권력에 대한 비판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정치적 억압기제의 일부로, 결국 ‘공안통치의 일상화’로 귀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평위는 오는 10월2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새로운 독재와 국가: 신자유주의와 교회의 응답’이란 주제로 정기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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