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광고모델 출신 비구니로 유명한 보현 스님.
80년대 ‘가요 신인왕’ 보현 스님
수행 안내서 내고 출가 이유 공개
수행 안내서 내고 출가 이유 공개
“인기 절정이었던 톱스타 시절에도 자살 충동을 느낄 정도로 고통스러웠습니다. 수행을 통해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가수 겸 광고모델 출신 비구니로 유명한 보현 스님이 최근 <땅콩 스님과 애벌레 선(禪)>(민족사)을 펴내며 출가 사연을 처음으로 밝혔다.
경기도 부천 부처님마을 선원장을 맡고 있는 보현 스님은 1984년 영화진흥공사 기획자의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이경미’란 이름으로 연예계에 발을 디뎠다. 그해 가요대상 신인상 후보에 오르며 인기를 누리던 그는 87년 한국방송의 드라마 <사모곡> 주제가를 부른 뒤 홀연히 사라졌다.
“어려서부터 꿈에 ‘땅콩 스님’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몸집이 아주 작은 땅콩 스님은 위기 때마다 나타나 저를 도와줬습니다. 출가할 때까지 계속 스님과 함께 살았던 거죠. 마치 목적지에 데려다 주고 떠난 뱃사공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나중에야 그분이 부처님이란 걸 알았어요.”
불가에서 말하는 이른바 ‘몽중가피’(夢中加被)로, 가피는 부처나 보살이 중생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을 말한다.
땅콩 스님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청와대 만찬을 비롯해 정치권과 재벌들한테 불려다닐 때 온갖 위험과 유혹에서 지켜준 것도 땅콩 스님이었다. 그런가 하면 생방송 출연을 기다리던 그를 갑자기 절로 데려가 방송 ‘펑크’를 내게 만든 적도 있다. 비구니 선원인 수덕사 견성암에서 법상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보현 스님은 줄곧 선 공부와 수행에 힘썼다. 충남 천안 몽각산 기슭의 한 폐교에서 대소변까지 직접 받아내면서 장애 어린이들을 돌보던 그는 찬불가요를 작사·작곡해서 음반을 내기도 했다.
보현 스님은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수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하루 7분 생활 선’ 방법을 제안했다. “좋지 않은 생각은 버리고, 좋은 생각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조금씩 모을 수 있도록 좋은 마음을 갖는 데 집중해 보세요. 자기 생각을 관찰하고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능력이 되면 일반인의 불안과 스트레스, 운동선수의 시합증후군, 탤런트와 가수의 긴장증후군 같은 걸 모두 없앨 수 있습니다.”
책 제목의 ‘애벌레 선’은 그가 지리산에서 수행할 때 눈앞에서 사뿐히 날아오르던 흰나비를 보고서 깨달은 수행법이다. 배추 애벌레조차 나비가 되어 대자유를 찾아 떠나는데 인간들도 번데기 속에 갇혀 있지 말고 마음 공부를 통해 훨훨 날아오르자는 것이다.
보현 스님은 “종교든 사회든 잘못된 지도자를 따라가다 보면 큰일이 나게 마련이다. 바른 지도자가 나와야 세상 흐름이 올바르고 사람이 희생되지 않는다. 잘못된 지도자들에게 휩쓸리지 않도록 바로 알아차리려면 각자가 수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상 속으로, 생활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해서 조만간 서울 평창동으로 선원을 옮길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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