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중 대주교
주교회의 새 의장 김희중 대주교
“주교님들의 뜻을 존중하고 의견을 모으는 코디네이터 구실을 하겠습니다.”
30일 천주교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에서 새 의장으로 선출된 김희중(67·사진) 대주교는 앞으로 주교회의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를 묻자 “이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손사래 치며 “주교님들이 사목하기 편하도록 심부름하겠다”고 겸손히 말했다.
김 의장은 지난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한 메시지를 되새기며 앞으로 한국 교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시대의 아픔과 함께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교황께서 당부한 대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주교들과 함께 고민하고 신자들의 의견을 수렴해나가겠다”며 “그들에게 희망이 되려면 해결 방안을 마련해줄 것이 아니라 아픔을 함께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난한 사람’에는 물질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말고도 이주민·장애인·소외계층 등 사회적 약자 모두가 포함된다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나 쌍용차 해고노동자 등 마음 아파하는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을 위해 복음의 정신에 따라 희망을 나누고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교황께서 출국하는 날 아침 일찍 교통경찰관들을 초대해 손을 잡아주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고마움을 전하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는 그는 슬퍼하지 말라고 말하기보단 껴안아주고 함께 눈물 흘리는 등 살아가는 모습과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감동을 전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의장은 “남북한을 통틀어 민족의 아픔과 함께하는 교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한국 교회가 민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앞서 이날 주교회의는 제주 엠마오연수원에서 열린 총회에서 부의장에 장봉훈 주교, 서기에는 최기산 주교, 상임위원에는 유흥식 주교와 염수정 추기경을 뽑았다. 유흥식 주교는 사회주교위원장과 정의평화위원장도 함께 맡는다. 가정사목위원장 조환길 대주교, 교회법위 황철수 주교, 매스컴위 유경촌 주교, 문화위 장봉훈 주교, 생명윤리위 이용훈 주교, 청소년사목위 정순택 주교가 새로 선임됐다.
추기경이 상징적 존재라면 주교회의 의장은 공식적으로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하는 ‘수장’이다. 주교회의 회원은 추기경 1명, 대주교 2명, 주교 21명 등 모두 25명이며, 정진석 추기경을 포함해 은퇴 주교 12명을 준회원으로 두고 있다.
주교회의는 지난 6년간 의장을 연임해온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의 지휘 아래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 해결 등 사회적 약자 편에 서서 인권문제 해결에 앞장서왔다.
1947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김희중 새 의장은 대건신학대 대학원을 나와 75년 사제 서품을 받고 목포 경동 본당 보좌신부로 사목 활동을 시작했다. 76년 로마에 유학해 86년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에서 교회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83년부터 광주 가톨릭대 교수로 재직하다 2002년 광주대교구 금호동성당 주임신부를 지냈다. 2003년 광주대교구 보좌주교에 이어 2009년 부교구장 대주교로 승격됐고, 2010년부터 광주대교구장을 맡고 있다. 또 그는 현재 주교회의 교리주교위원회,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이며, 2007년부터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위원, 2008년부터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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