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를 일주일 앞둔 9일 낮 경기 안산시 단원구 하늘공원에서 한 어머니가 아들의 납골함 앞에 앉아 흐느껴 울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10일 성명을 내 “현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은 폐기해야 한다”며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 특별법의 취지를 온전하게 실현할 수 있는 시행령을 마련하고 세월호를 인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평위는 “조사 주체와 대상의 구분이 모호한 위원회 구성, 축소된 업무 범위와 인원 등의 내용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의심하게 한다”며 “사고 발생과 구조 과정의 진실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평위는 “만약 이번 사태에도 불투명하고 불분명하게 처리하며 덮어두고 지나간다면, 우리는 또다시 비극을 겪으며 가슴을 치고 통곡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평위는 이와 함께 ‘무관심의 세계화’를 비판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언급하며, “무관심은 사회적 악을 배양하는 영양분으로 그 위에 부정과 비리, 온갖 범죄와 사고가 자라난다”며 신자와 국민의 관심을 촉구했다.
또 천주교 남·녀 수도회도 이날 성명을 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은 특별법을 무력화시키는 온갖 독소 조항으로 가득 차 있기에 즉각 폐지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국가와 여당은 참사 초기에 유가족들이 원치 않는데도 유가족들이 과도한 보상과 대학 특례입학, 의사자 지정 등 무리한 요구를 한 것처럼 여론몰이를 하고 비인간적인 폄훼와 힐난에 골몰해 모진 시련과 고통을 안겨주었다”며 “국가가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이유는 스스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진실이 밝혀질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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