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고 최고지도자인 경산 장응철 종법사.
원불고 최고지도자 장응철 종법사
개교 100돌 기자간담회 설법
개교 100돌 기자간담회 설법
“성장만 추구한다고 일류가 될 수는 없다. 후진국형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조건 성장만 추구하면 졸부와 졸부국가밖에 못 된다. 일류국가가 되려면 그게 걸맞은 가치관과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원불교 최고지도자 경산 장응철 종법사(75)가 13일 전북 익산 중앙총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던진 일성이다. 원불교는 1916년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1891~1943)의 대각(깨달음)에 의해 전남 영광에서 탄생했다. 원불교는 99번째 대각개교절(28일)을 앞두고 있어 우리나라 나이로 100살이다. 2006년부터 원불교를 이끌고 있는 경산 종법사는 “세월호 참사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세월호 사고만 해도 100억원을 들여 안전 방책을 세웠다면 아무 일이 없었을 텐데, 후진국형 사고방식으로 이를 모두 간과해 수천억원으로도 막을 수 없는 참사를 일으키고 말았다는 것이다.
원불교는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종교 중 가장 건실하게 성장해온 교단으로 손꼽힌다. 100년이 안 돼 국내 642개, 국외 68개 교당을 개척했다. 26개국에 나가 있다. 원불교 교전을 10개 국어로 번역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교육과 사회복지에도 앞장서고 있다. 내년 말엔 교단 행정 사령탑인 교정원을 익산에서 서울로 옮겨 서울 교화 시대를 열 채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경산 종법사는 성장만이 대수가 아니라고 말한다.
“자연을 봐도 풀이 크는 것과 나무가 크는 것은 다르지 않은가. 풀은 급히 성장하지만, 거목은 주변과 어울려서 서서히 커간다. 급히 크는 건 성장통을 앓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원불교도 교역자와 재가교도들이 원불교 정신으로 확실히 무장하는 훈련을 해 원불교적 이상을 삶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교단도 더욱 건실해지는 것이다.”
100년 전 원불교를 열 때 소태산 대종사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고 주창했다. 이에 대해 경산 종법사는 “정신적 주체를 확실히 세워 정신력으로 물질을 선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매스컴이나 물질, 관행, 이념의 노예가 되어 휘둘리지 않고, 자기 문제 정도는 자기가 해결하려면 정신의 자주력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정신력이 없는 상태에선 물질의 노예가 되지만, 일단 자주력을 얻으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를 선용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함께 새 시대의 인간상을 제시했다. “대종사께서는 앞으로 한국이 물고기에서 용으로 변하는 운세로 도덕과 정신의 부모국이 된다고 예언했다”며 “과거엔 하늘만 중시되고 지도자만이 중시됐으나, 이제 국민이 함께 잘해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엔 영성 위주여서 물질을 경시했지만, 앞으로는 도학과 과학이 잘 조화된 새로운 문명이 열린다. 학문은 잘하면서 일은 못하거나, 일은 잘하면서 이치를 모르는 편벽됨에서 벗어나 이사병행(이치도 잘 알고 일도 잘함), 영육쌍전(정신과 육체가 함께 온전함)을 해야 하는 시대”라고 밝혔다.
붓글씨와 그림 그리는 것을 즐기며, 텔레비전 프로그램 <케이팝 스타>도 본다는 그는 “13살의 어린 릴리의 재능도 전생부터 왔다고 볼 수 있다”면서 전후생의 이치를 설명했다.
“보통 진인사대천명(최선을 다한 뒤 천명을 기다림)이라고 하는데, 천명을 누가 주겠는가. 신이 누구에게만 복을 주고, 누구에게 죄를 주겠는가. 신의 의미를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부르는 법신불과 같은 이법, 이치, 즉 로고스로 본다면, 천명을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죄를 지으면 죄를 받고, 복을 지으면 복을 받는다는 이치를 말한다. 전생과 후생은 있다. 보통사람들의 70%는 전생에 지은 대로 산다. 현생에서 전생에 저축해놓은 것을 써먹고만 가는 사람도 있고, 저축을 하는 사람도 있다. 여러분은 이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익산/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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