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종교

“함께 거리행진하면서 당신에게서 예수의 모습 보았지요”

등록 2015-06-22 19:01수정 2015-06-22 20:57

[가신이의 발자취] 김현 원불교 교무를 기리며
김현 원불교 교무.
김현 원불교 교무.
과산 김현 교무님의 부음을 들었습니다. 아, 과산이 갔구나. 뭐가 그리도 급했던가. 과산답지 않습니다. 평생 누구에게도 섭섭함을 안기지 않던 당신이 이렇게 훌훌 내 곁을,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당신은 서로 죽이는 이 세상 문화 속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이 못 되었습니다. 일등만을 가치로 삼고, 뺏고 소유하는 것을 승리라 여기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이 못 되었습니다. 눈을 뜨면 핏발 세워 서로 죽이기를 다투는 이 세상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이 못 되었습니다. 이만큼 산 것도 퍽 용합니다. 서둘러 갈 수밖에 없었으리.

그러나 당신을 보낸 우리는 허망하기만 합니다. 오래도록 당신과 함께 살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나와 한세상에서 숨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맑아지곤 했습니다. 오래도록 당신과 함께 일하고 싶었습니다. 1991년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기도하는 펼침막을 들고 4대 종단 성직자들이 거리를 행진하던 날, 당신 곁에서 걸으며 나는 훨씬 진실해졌습니다. 아무런 뽐냄 없이 당신은 정의를 향했고 평화를 쌓았습니다.

나는 기독교 목사지만 원불교 교무인 당신을 벗하게 된 것을 매우 큰 복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에게서 예수의 냄새를 물씬 맡곤 했습니다.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 나는 새도 보금자리가 있으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마태복음 8장 20절)고 하신 예수의 말씀을 묵상할 때 떠오르는 사람도 당신이었습니다. “너희는, 남에게 보이려고 의로운 일을 사람들 앞에서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마태복음 6장 1절). 예수의 가르침을 명상할 때도 당신이 먼저 떠오르곤 했습니다. 특별하게 꾸미지도 않았고, 높은 자리에 앉으려 하지도 않은 당신이었습니다.

기독교 성서는 사랑이란 오래 참는 것이라고 합니다. 친절한 것이라고, 시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뽐내지 않는 것이라고, 교만하지 않는 것이라고, 무례하지 않는 것이라고, 자기 이익을 구하지 않는 것이라고, 성내지 않는 것이라고, 원한을 품지 않는 것이라고. 그리고 불의를 기뻐하지 않고, 진리와 함께 기뻐하는 것이라고. 꼭 당신을 두고 한 말씀만 같습니다. 당신은 정녕코 그랬습니다.

내가 믿는 하나님께서 당신을 그 넓은 품에 안으셨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과산이여, 하나님의 품에서 고이 쉬소서.

김상근 목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