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깔 있는 이야기
한달 새에 지진 피해를 입은 네팔에 이어 미국에 법회를 다녀왔다. 네팔엔 지진으로 고통받는 분들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고는 마음이 아파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인연 닿는 분들께 생필품과 후원금을 보내달라고 해서 15명이 함께 떠났다. 네팔에 직접 가보니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담한 광경이었다. 피해자의 대부분은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부자들의 집은 콘크리트로 단단하게 지어서 피해가 덜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벽돌과 돌을 흙으로 버무려서 지은 집들이었기에 쉽게 무너져내려 파괴되어 있었다.
허물어진 잔해 속에서 벽돌을 골라내고 마을 분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의사분이 오셔서 의약품을 나눠 주고, 초등학교에서 힐링 법회를 한 뒤 학용품을 나눠 주었다. 그러고는 조금 더 깊고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산간 오지 마을을 찾아가서 텐트와 생필품을 전달하고, 사찰에서 지진으로 돌아가신 분들의 넋을 위로하는 천도재를 봉행했다.
네팔에 있는 동안 봉사와 법회를 하기에도 빠듯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살아 있기에 무언가 나눌 수 있어서 보람있고 행복했다. 네팔 어린아이들의 새까만 눈동자를 뒤로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이번엔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은 그야말로 물질문명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너무나 대조적인 두 나라의 모습! 문득 ‘같은 사람인데 어떤 이는 네팔에서 태어나 저 고생을 하고 어떤 이는 미국에서 태어나 잘살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처님 당시, 수보리 존자와 가섭 존자는 탁발을 다닐 때 각각 부잣집과 가난한 집만을 골라 찾아다녔다고 한다. 수보리 존자는 가난한 사람은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고 싶어도 줄 것이 없기 때문에 마음이 괴로울 것이요, 그들이 마음고생을 하는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다는 이유로 부잣집만을 골라 탁발을 다녔다. 반면 가섭 존자는, 금생의 가난한 사람은 전생에 복을 짓지 못하였기 때문인데, 금생에도 복을 짓지 못하면 내생에는 얼마나 박복한 생활을 할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그들에게 자그마한 복이라도 짓게 해 주고자 가난한 집만을 찾아다녔다.
모든 사람은 행복하길 원한다. 그러나 행복을 누리며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많은 이들이 행복의 씨앗을 뿌리기보다는 열매만 거두려 한다. 참불자라면 씨앗을 뿌리고, 복을 짓는 그 과정을 참된 행복으로 삼아야 한다. 그 과정이 행복하다면 그 결과도 좋을 것이다.
부처님 말씀에 “욕지전생사(慾知前生事, 전생의 일을 알고 싶으면), 금생수자시(今生受者是, 금생에 받은 몸과 주변 상황을 보면 되고), 욕지래생사(慾知來生事, 미래를 알고 싶으면), 금생작자시(今生作者是, 지금 내가 짓고 있는 행위를 보면 된다)”라고 했다.
오는 20일 네팔로 다시 떠난다. 자비명상 회원님들이 보내주신 복주머니를 들고 네팔의 까만 어린 눈동자들께 나눠 주러 스님들과 10여명의 학생들과 가기로 했다. 나눔이란 최고의 기쁨을 누리고, 행복의 씨앗을 심으러 가는 것이다.
마가 스님(자비명상 대표)
마가 스님(자비명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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