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사제단은 3일 백남기씨의 쾌유를 비는 9일간의 단식기도회를 끝냈다. 이날 오후 4시 광주 ‘남동 5·18기념성당’에서 열린 미사에는 신자 4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 정대하 기자
“이러한 아픔이 온 것은 정권의 부도덕함 때문이지만, 예언자로서의 소명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일간의 단식기도회를 끝낸 이요한 신부(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총무)는 3일 오후 4시 광주시 동구 ‘남동 5·18기념성당’에서 열린 미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사제단은 11월25일부터 9일 동안 남동성당 마당에 천막을 치고 ‘백남기 (임마누엘) 농민 쾌유와 국가폭력 방지, 민주주의 발전’을 기원하며 단식기도회를 열었다. 백씨는 11월14일 서울에서 열린 집회에서 경찰의 진압용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뇌출혈 증상으로 의식이 없어 위중한 상태다.
가톨릭농민회 전국 지도신부인 이영선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등 4명의 신부가 천막 단식기도를 하는 동안 많은 신부들이 동조해 단식과 기도에 참여했다. 이영선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은 25일 미사에서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에게 가한 폭력은 87년 공권력을 닮아 보이고, 80년 5월의 아픔을 되살려내는 것이었다. 현 시국은 단식을 하지 않고서는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영선 신부는 지난 1일 백남기씨의 자녀 3명과 함께 서울 궁정동 주한 교황대사관을 찾아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내는 편지를 함께 전달하기도 했다.
가톨릭농민회 생명공동체 회원들도 동조 단식을 했다. 이날까지 매일 오후 4시 성당 미사, 오후 6시 천막기도회, 저녁 7시 강연회에도 신자뿐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김재학 신부(전남 담양성당)는 “단식기도회 중 뭔가 세상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시민들의 마음을 느꼈다. 암울한 시대지만 작은 몸짓을 모아가면 희망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사회복지회 최민석 신부도 “백남기님의 쾌유를 비는 단식기도를 하면서 농민들의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들었다. 불의한 권력에 침묵하지 않아야 하는 예언자의 소명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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